금주의 영화....
남상석기자의영화이야기 |
4월 세째주 개봉영화 |
이번 주에는 고만고만한 영화들이 무려 12편이나 개봉됩니다. 이 가운데 제가 시사회에 참석해 본 영화는 3개에 불과하군요. 열심히 보러다닌다고 했는데 결과가 이러니 마치 수험생이 밤새 공부했는데 시험에 안나오는 부분만 골라 공부하는 바람에 시험을 망치게 된 기분과 비슷하네요. 쩝 이렇게 많은 영화가 개봉되는 현상은 다음 주에도 이어지는데 5월 1일 세계 최초 한국 개봉전략을 택한 [스파이더맨3] 때문입니다. 노동절 휴일에 맞춰 이례적으로 화요일에 전국 500개가 넘는 스크린에서 개봉할 예정인데 영화 역사상 최고의 제작비인 3억 달러를 들였다느니 1, 2편 보다 월등하게 낫다느니 하는 등 워낙 기세가 등등한지라 다른 영화들은 눈물을 머금고 개봉을 서두르거나 늦추는 전략을 택하고 있습니다. 5월 첫째주에 개봉하는 다른 영화들도 일제히 개봉을 1일로 이틀씩 앞당겼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별로라고 생각합니다. 토비 맥과이어는 그럭저럭 괜찮지만 가끔 쓸데없이 심각한 고민에 빠지는 모습이 불편하고 스파이더맨의 영원한 연인 커스틴 던스트도 별로 예쁘거나 매력이 있지도 않고 하는 짓도 별로라는 점, 2편에서 끊어질 듯 끊어질 듯 하다가 아슬아슬한 순간까지 안 끊어지고 지하철을 세우는 거미줄의 놀라운 인장강도를 보여주는 과장법에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코흘리개 시절 TV에서 방영했던 스파이더맨 만화 영화에서 주제곡이 깔리면서 주인공이 거미줄을 이용해 건물과 건물 사이를 날아다니는 장면이 한 회분뿐 아니라 볼때마다 똑같은 장면을 코흘리개도 쉽개 발견할 수 있을 만큼 지겹게 무한 반복시켰던 제작진의 무성의함을 눈치채면서부터인 것 같습니다. 굿 세퍼드 마틴 스콜세지의 많은 영화와 [대부2],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등에서 찬란한 빛을 발했던 명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감독을 맡은 영화입니다. CIA의 전신인 OSS가 만들어지던 1930년대부터 1961년 미국의 쿠바 공습 실패까지 시기의 동서 냉전을 둘러싼 숨막히는 첩보전을 냉혹하게 그리면서 촉망받던 문학도였던 주인공 에드워드 윌슨(맷 데이먼)이 미국을 움직이는 이너써클 '해골과 뼈'에 가입한 뒤 CIA에 몸담으며 사랑하고 결혼하고 헤어지는 이야기입니다. 167분이라는 긴 시간동안 격정적이고 현란함과는 거리가 먼 차분하고 냉철한 어조로 주인공과 주변인물, CIA의 활약을 둘러싼 음모와 배신을 그립니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다루려다가 의도한 만큼의 성과는 거두지 못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30여 년 시대에 대한 객관적인 통찰을 담는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로버트 드 니로 자신도 조연으로 얼굴을 비추고 안젤리나 졸리, 윌리엄 허트, 알렉 볼드윈, 존 터투로, 조 페시 등 당대를 주름잡던 쟁쟁한 배우들로 조연들까지 꽉 채워 아주 풍성합니다. 윌슨과 풋사랑을 쌓을때는 통통튀는 발랄한 처녀의 모습으로, 결혼 뒤에는 무관심과 실망으로 서서히 파탄에 빠지는 성숙한 여인으로 변해가는 안젤리나 졸리의 연기가 인상적입니다. 동갑내기 과외하기 레슨2 2003년, 1편의 흥행성공으로 권상우와 김하늘의 주가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2003년 영화담당을 시작할 즈음 접한 첫 한국 영화라서 기억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극명하게 대립되는 남녀 주인공의 캐릭터와 백일섭, 김자옥 등 감칠맛 나는 조연들의 연기 등으로 꽤 잘 만들어진 코믹 영화였습니다. 이번에 선보이는 속편은 한국 남학생을 사모해 교환 학생으로 건너온 일본 여학생의 한국말 배우기 소동을 주제로 삼았는데 영화 예고편을 볼때까지는 그런대로 기대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시사회에 가서 전편을 다 본 다음에 완전한 실망으로 바뀌었습니다. 일관성부족한 줄거리에 단편적인 웃음을 던져주는 에피소드의 나열에 그치는데다 조연들의 생뚱맞은 오버 연기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남녀 주인공도 까불어도 될 때 심각하고 심각해야될때 가벼워지는 등 종잡을 수 없습니다. 물리 시간에 배웠던 브라운 운동이 생각났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의 일반적인 특성을 제대로 묘사한 건데 제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는 것 아닐까하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허걱) 한국말을 몰라서 과외를 받는 여주인공은 영화 초반을 넘어서면 일상 대화에서 소통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한국말을 알아듣고 대답하는데 계속 과외를 받아야하고, 남자 주인공은 어떤 사연 때문에 밤낮 가리지 않고 아르바이트로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데 아버지는 '니가 술마시느라 그어댄 카드 값이 얼마냐'고 질책하고, 가난한 형편에 식물인간 신세로 장기 입원해 있다는데 보험 적용 안되는 럭셔리한 1인실을 이용하고 있고, 조지로 나오는 줄리안이라는 금발머리 청년은 영화를 TV 오락프로로 착각한 것처럼 생뚱맞은 비속어나 툭툭 던져대고, TV 리포터로 종횡무진 활약하던 장영란은 영화에 처음 출연한 것을 사방에 알려야 할 것 같은 강박에 빠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비속어와 유행어를 패러디한 장면의 신선함과 박기용, 이청아 두 신인 배우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점만 빼고는 도대체 이 영화를 왜 두 시간씩이나 길게 편집해 만들었는지 의문입니다. 영화는 이렇게 만들면 안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반면 교사로 삼으면 좋을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작년에 본 영화중에 최악으로 꼽았던 [공필두]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수준입니다. 선샤인 대니 보일 감독하면 그래도 평균 이상은 하는 감독입니다. 이 영화도 그렇습니다. 죽어가는 태양에 접근해 핵탄두를 집어넣고 폭파시켜 태양을 되살려 지구를 구하려는 결사대의 이야기입니다. 2057년 다인종으로 구성된 결사대는 이카루스 2호를 타고 태양에 가까이 갔는데 실종됐던 이카루스 1호를 만나면서 영화는 본격 전개됩니다. 태양의 웅장한 위력에 대비되는 인간과 문명의 초라함을 효과적으로 알려주는 탁월한 비주얼은 볼만하지만 [솔라리스]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같은 철학적인 영화와 [이벤트 호라이즌], [에일리언]시리즈 같은 호러 슬래셔 영화 사이에서 확고한 중심잡기를 못하고 어정쩡하게 되어버린 영화입니다. 이밖에 8,90년대 사회성 있는 영화들로 한국 영화의 흐름을 주도했던 박광수 감독이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았는데 사회성이 아니라 부녀지간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신파성 영화 [눈부신 날에]와 초등생 자녀와 함께 보면 딱 좋을 것 같다는 평가가 많은 디즈니가 만든 애니메이션 [로빈슨 가족], 일본 영화 [하나]와 [카뮈 따윈 필요없어] 등등이 개봉됩니다. 주말에 집구석에만 틀어박혀 있으려면 너무나 아쉬운 계절인 것 같습니다. 주말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
남상석 기자 ssnam@sb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