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FUN" 해야 능률도 "UP"

굿멘 2007. 6. 11. 11:51
사장이 물구나무 서면 웃기겠지?
회사가 ‘FUN’해야 능률도 ‘UP’…CEO가 먼저 근엄함 해체해야
CEO들 펀 경영 지수 높이기

▶펀 경영 실천교육을 받는 한 대기업의 임원진.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의 한결같은 바람은 회사가 즐거워지는 것이다. 그래야 능률도 오르고 생산성도 높아진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직원들이 즐거워야 한다. 그래서 ‘펀(FUN) 경영’이 유행이다. 직원들 웃음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기업 활력으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의 딱딱한 기업문화도 바꿔보자는 뜻이 있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CEO의 변화다. CEO가 먼저 칭찬하고 유머를 건넬 줄 알아야 회사가 변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펀 경영 지수’를 진단해보는 일일 것이다.
머리카락 희끗희끗한 임원 30여 명이 모인 어느 대기업 본사 회의실. 이 회사의 가장 머리카락 희끗희끗한 CEO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평소 같으면 “이달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5%나 거꾸러졌다. 대책을 내놔라”며 노발대발 화를 내는 것으로 회의가 시작되고 그대로 끝났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연분홍 넥타이를 매고 나타난 그는 마이크를 잡더니 “(넥타이를 가리키며)이게 프랑스에 갔던 아내가 명품 아웃렛에서 사온 것”이라며 “어떠냐”고 묻는다. 그러더니 “나중에 여러분 것까지 사오도록 하려면, 아니 연말에 임원 부인들이 다 같이 해외여행 갈 수 있도록 하려면 실적이 조금 더 좋아져야 하지요?”라고 묻는 것 아닌가.

“세계에서 가장 두꺼운 책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회의가 끝날 무렵엔 한 술 더 뜬다. 생뚱맞은 질문을 던지는 것. “여러분, 세상에서 가장 두꺼운 책이 뭔지 알아요?”

임원들은 서로 얼굴만 물끄러미 쳐다본다. 2~3분쯤 침묵이 흘렀을까. 문제를 낸 CEO가 답을 내놓는다. “영국의 웹스터 영어사전이 세계 3위랍니다. 그리고 2위는 역시 영국의 옥스퍼드 대백과사전이랍니다. 그 다음 대망의 1위가 한국의 부동산 정 ‘책’이랍니다.”

그제야 임원들 얼굴에 화색이 돈다. 다음주부터 그 CEO는 매번 새로운 농담거리를 가지고 회의실에 들어왔고 회의 분위기는 갈수록 활발해졌다. 연말에 임원 부인들이 단체로 해외여행을 간 것은 물론이다.

신바람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펀 경영으로 요즘 기업들이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매년 근로자 5만 명을 대상으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을 선정하는데, 여기에 선정된 기업 및 단체 등은 아주 특별한 공통점이 있다. 종업원들에게 일하는 즐거움과 재미를 주어 직원 스스로 존중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은 어떤가. 우리나라 CEO들에게 펀 경영 점수를 주자면 아마도 낙제를 면치 못할 것이다. 농담은 고사하고 일단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것도 불편해 하기 때문이다. CEO라면 일단 품위가 있어야 한다는 선입견 때문일까. 그러나 이런 선입견과 빨리 이별한 CEO들일수록 경영 성적도 뛰어나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한국신용평가정보 박상태 사장은 직원들에게 칭찬하는 것으로 하루를 연다. 아침 업무를 시작하기 전 무조건 다섯 명 이상에게 칭찬을 한다고. e-메일을 이용할 때도 있고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도 있다. 한편으론 칭찬 릴레이를 통해 ‘칭찬왕’을 선발하기도 한다. “칭찬을 받은 직원이 칭찬을 잘한다”는 확신 아래 CEO가 먼저 ‘칭찬 전도사’가 된 것이다.

CEO가 먼저 ‘펀 리더’ 돼야

대우조선해양의 펀 경영도 눈길을 끈다. 이 회사는 팀 단위로 ‘펀 리더’를 두고 직원들에게 웃음을 독려한다. 가끔 책이나 영화표 선물을 주기도 하고 만화로 된 펀 경영 캐릭터를 돌리기도 한다.

오리온제과의 웃음 경영도 재계의 화제다. 이 회사는 “제과 사업은 단순히 과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을 전하는 것이다”는 모토를 내걸고 있다. 임직원들이 팀을 만들어 서울 압구정동의 텐트바(주차장이나 카센터에 포장을 씌워 만든 이동식 야간주점)를 체험한다거나 사내에서 마술 따라잡기 대회를 열기도 한다.

여직원들의 기왓장 격파, 남자 직원들의 미모 경영대회도 눈길을 끈다. 그러다 보니 효과도 만점이다. 펀 경영을 시작하고 나서 영업사원 이직률이 16%에서 10%로 줄었다는 것.

웃음을 인사 고과와 연결한 회사도 있다. HSBC은행은 지점장 인사고과 때 ‘얼마나 재미있는 사람인가’를 평가한다. 전체 고과 점수 가운데 30%를 펀 경영 항목에 할당했다. 펀 경영에서 점수를 얻지 못하면 관리자로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대부분 직장인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생활하는 만큼 직장은 당연히 일할 맛나는 신바람나는 일터여야 한다. 신바람나는 일터를 만드는 펀 경영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CEO뿐만 아니라 조직원 모두의 참여이며, 이를 통해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직원들의 사기가 15% 올라가면 생산성은 30% 올라간다고 한다. 정보기술(IT)의 진보로 얻을 수 있는 생산성 증대 효과가 5~10%임을 감안하면 펀 경영으로 얻을 수 있는 효용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그러나 펀 경영은 머릿속에 담고 있기보다는 실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가령 다음 같은 웃음 인사, 웃음 라인 같은 ‘작은 실천’이다.

▶ 웃음 인사 = 회사에서는 무조건 먼저 다가서서 크게 웃으며 인사하기 운동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안녕하세요. 행복한 아침입니다”하면서 손바닥을 마주친다. 여기에 익숙해진다면 손바닥을 부딪치면서 크게 웃어 보자.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사기가 상당히 올라갈 것이다. 그런 다음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대하듯 반갑게 악수를 하면서 칭찬한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최고!”라고 말해준다. 아침에 얼굴을 보고 환하게 웃어 주는 것만으로 상당히 기(氣)가 ‘업(UP)’된다고 한다.
웃음 게시판 120% 활용하라

▶ 웃음 라인 = 사무실 입구에 ‘웃음 라인’을 만들고 라인을 넘을 때는 무조건 5초간 소리내 웃도록 한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열흘만 실천하면 사무실 분위기가 분명 달라져 있을 것이다. 만일 크게 웃는 것이 어색하다면 5초간 미소를 짓는 것도 효과가 아주 좋다. 한 사람의 화내고 찡그린 얼굴이 주변 사람들의 기분 좋은 분위기를 방해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 웃음 시간 = 하루 3회 정도 미리 시간을 정해 크게 웃는 것이다. 보통 아침회의 직전, 점심식사 후, 퇴근시간 전으로 시간을 정해 ‘15초간 3회’ 크게 웃는 시간을 마련해 보자. ‘억지로’ 웃는 것도 100% 효과가 있다고 한다. 마음을 열고 한 번 크게 웃어보자. 주변 사람들이 보다 친근감 있게 보일 것이다. 직원 전체가 하나가 돼 건강박수를 쳐 보자. 여럿이 함께 웃으면서 박수를 치면 혼자 하는 것보다 33배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함께 웃음박수를 친다면 회사 분위기가 분명 달라져 있을 것이다.

▶ 웃음 구역 = 휴게실, 탕비실, 사무실 공용 공간 곳곳에 웃음 구역을 표시하고 이 구역에 들어갔을 때마다 크게 웃도록 한다. 분명 웃음은 운동이다. 자꾸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웃음이 익숙해지게 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유쾌한 사람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 웃음 칭찬 = 직원 간 또는 고객에게 웃으면서 칭찬하는 습관을 기르자. 칭찬은 긍정적 마음과 열정 그리고 자신감에서 나온다. “당신 덕택에 내가 있습니다” “덕분입니다”라는 칭찬을 많이 하자. 만일 직장 동료에게 칭찬을 듣는다면 바로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다. 칭찬은 많은 사람 앞에서 구체적으로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 웃음 게시판 = 회사 내에 웃음 게시판을 만들어 칭찬과 감사, 유머와 관련한 내용 및 재미있는 사진을 올리는 공간을 만들자. CEO가 직접 아침 출근시간에 휴대전화로 칭찬과 감사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침부터 크게 웃으면서 출발하는 하루가 될 것이다.

▶ 펀 리더 = 사무실이나 현장에서 웃음 체조, 웃음 메일 등을 유도하는 팀이나 부서별로 펀 리더를 선정해 그 회사의 대표가 직접 ‘펀 리더’ 임명장을 준다. 사무실에서 신바람나는 일터를 연출하는 펀 리더는 주변 사람들의 어려움이나 경조사 등을 체크하는 역할을 한다. 일주일에 한 번 사내에서 가장 많이 웃는 직원에게 펀 리더상, 웃음킹 & 퀸상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기서도 CEO가 펀 리더라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억지로라도 웃자”

조직원 간 마음이 열리고 서로 협조할 때 열정이 생기고 일의 능률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이제부터 억지웃음이라도 크게 함께 웃어 보자. 한 번 크게 웃으면 이틀을 더 살고 200만원어치의 엔도르핀이 나온다고 한다.

게다가 웃음은 온몸에 산소 공급을 두 배로 증가시켜 자신감과 집중력이 생겨 생활에 활력을 가져다줄뿐 아니라 긍정적 마음을 향상시켜 멋진 인간관계를 만들어 준다. 웃음은 안에서 밖으로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전염된다. 지금 바로 웃어보자. 회사 분위기가 아주 밝아질 것이다.

펀경영연구소는 지난 97년부터 10년간 펀 경영을 하고 있는 100여 개 기업 및 단체 5000여 명을 대상으로 그 효과를 조사한 적이 있다. 그 결과 펀 경영 대상자의 사기와 업무 의욕이 15% 정도 올랐다고 한다. 특히 영업직 사원의 경우 47%나 업무 효율이 올랐다고 대답했다.

요즘 미국 CEO들 사이에서 비행기 조종이 유행이라고 한다. 이유인 즉, 하늘에서 보면 세상이 달리 보인다는 것이다. 다른 각도, 즉 발상의 전환을 통해 사업의 전기(轉機)를 마련하고 싶다는 얘기다.

비행기 조종이 어렵다면 CEO가 회사 앞에서 물구나무 서기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 구성원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은 기본, 기업 경영이 새로 보일 것이다.
조혁균 한국펀경영연구소 소장 (www.hahah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