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멘
2007. 6. 18. 09:45
여행자 김영하의 사진 그리고 그의 글
이 높은 곳에서 나는 오래된 도시를 내려다봅니다. 양갱처럼 검은 네카어 강에는 오렌지빛 석양이 깔리고 있습니다. 삶을 생각하기에 좋은 도시는 바로 이런 곳입니다. 나는 어쩐지 다음 생에도 이 도시에 오게 될 것만 같습니다. 사랑하는 당신, 안녕.
안경 없이도 세상은 선명하고 깨끗하게 잘 보입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으하하하하하. 큐브 속의 남녀, 큐브 속의 가족, 큐브 속의 친구들은 오직 웃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처럼 밝게 웃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그 큐브들은 불길합니다.
어쩌면 인간은 그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요? 새의 울음소리를 완벽하게 흉내내는 폴리네시아의 원주민처럼, 재칼의 가면을 쓰고 행진하는 아마존의 어느 샤먼처럼, 인간은 어떤 순간 완벽하게 다른 존재일 수 있는 게 아닐까요?
나는 다시 태어난다면 나무가 되고 싶고 나무의 생을 마친 후에는 계단이 되고 싶습니다.
견고한 성(成)이, 이제는 무용해져버린, 그 어느 것으로부터도 도시와 제후를 지킬 수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는, 이제는 겨우 제 아름다움으로 오직 자기 자신만을 보호할 수 있게 된 고성이 오래된 도시와 더 오래된 강을 굽어보고 있습니다.
빛이 무언가를 비추고, 그 무언가가 받은 빛을 되쏘고 그리하여 그 빛이 다시 스스로에게 돌아가는 것. 그런 빛의 순환을 기록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카메라가 이 세계에 존재하는 이유일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