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녀석들,두번째 사랑 등
6월 네째주 개봉영화 |
![]() 장마가 벌써 시작됐네요. 장마도 걱정되지만 장마 끝나고 시작될 땡볕더위가 더 무섭습니다. 집중호우도 덜오고 큰 피해없이 장마가 지나고 무더위도 좀 덜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주부터는 여름 시즌을 노리는 국내외 공포영화가 한 두편씩 본격적으로 개봉됩니다. 주말 8시 뉴스용으로 공포영화를 정리해 드리려고 했으나 편집회의에서 빠져 버렸네요.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한국영화로는 [해부학 교실], [리턴], [므이], [기담] 등이 있고 외국영화로는 [샴], [디센트], [4.4.4.] 등이 선보일 예정입니다. 뜨거운 녀석들 이번주 개봉 영화 가운데 가장 볼만한 영화입니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영국 TV 코미디물로 이름을 날리다가 첫 영화인 좀비 패러디 [새벽의 황당한 저주로 재능있는 감독으로 떠올랐습니다. 자신이 재미있게 본 여러 영화를 짬뽕 패러디해내던 타란티노 처럼 여러 영화들을 원용하거나 노골적일 정도로 직접적으로 차용해 영화 매니아들에게 더욱 환호받을 만한 작품을 선보입니다. 런던 경시청의 잘나가는 경찰 니콜라스 엔젤(사이몬 페그)은 너무 잘 나간다는 이유로 범죄율이 가장 낮은 한적한 시골인 샌포드 경찰서로 전보됩니다. 이 마을은 백조를 잃어버렸다는 신고에 경찰이 출동할 만큼 범죄가 없고 조용해서 모범 마을 표창까지 받을 정도이니 피끓는 엔젤 경사는 좀이 쑤셔 괴로워합니다. 그러나 겉으로 조용해 보이는 마을에 사고처럼 보이는 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 주민들과 경찰은 모두 단순 사고로 처리하려 하지만 엔젤 경사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타살임을 직감합니다. 어리버리 뚱뚱하고 사람좋지만 다소 멍청한 대니(닉 프로스트)와 파트너로 사건에 접근하려 하지만 그럴수록 보이지 않는 거대한 음모의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일단 빠르고 감각적인 편집으로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초반부터 작정하고 선보이는 여러 코믹 코드들로 유쾌하게 빠져들어 화끈한 결말까지 집중이 지속됩니다. 내용도 그렇지만 형식도 독창적이어서 장면의 구도나 화면전환, 카메라 워킹까지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탁월한 재능을 보여줍니다. 멍청한 대니지만 할리우드 영화 [폭풍속으로]와 [나쁜 녀석들]을 신봉하고 그 영화의 장면들은 이 작품속에서 노골적으로 반복되는데 귀여워서 웃음이 나올 지경입니다. 대니가 백조 울음 흉내를 내는 장면이나 좀도둑 추격 장면, 술집에서의 해프닝, 어눌한 발음의 노인 진술 2중 통역 등 기억에 오래 남을 장면들이 많습니다. 007 시리즈 주연까지 맡았던 티모시 달튼이 악역으로 나와 한없이 망가지는 모습은 좀 처량하기까지 합니다. 오락영화 내지는 상업영화에서도 이렇게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영화를 보고 있자니 예술영화와 상업영화의 이분법을 두고 우열을 따지자는 태도가 못마땅하고 한국 영화들의 만듦새에 대해 아쉬움을 많이 느낍니다. 검은집 일본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했고 이름만으로도 왠지 영화를 보고싶게 만드는 황정민이 처음 공포물에 도전한 영화입니다. 강신일, 유선이 각각 개성있는 연기를 선보이고 황정민도 살을 많이 빼고 일반인의 공포를 잘 표현하지만 이전 작품 [사생결단]에서 느껴지는 아우라까지는 보이지 않아 다소 아쉽습니다. 처음 비극적인 사건까지는 매우 무섭지만 막판 검은집 지하 목욕탕의 사투는 다소 개연성이 떨어집니다. 떨어지는 개연성을 만회하려고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잔혹한 장면이 나오는데 진저리가 처질 정도입니다. 공포영화들이 더 넓은 지지를 받기 위해 무서운 도를 조금 희석시키는 경향이 이 영화에서도 나타납니다. 두번째 사랑 산업적으로는 본격적인 한미합작 영화로 주목받고 한국의 하정우와 디파티드에 여주인공으로 나왔던 할리우드의 베라 파미가가 출연하고 미국 하버드에서 영화를 가르치는 한국 여감독 김진아 씨가 연출을 맡았습니다. 백인 여자로는 드물게 한국 교포 남성과 결혼한 소피(베라 파미가)는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민입니다. 그러던 와중에 시아버지의 죽음에 충격받은 남편은 삶의 의미를 잃고 자살까지 시도하고 소피는 시험관 아기에 기대를 걸어보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습니다. 병원에서 우연히 마주친 지하(하정우)의 모습이 남편과 너무 비슷해서 놀라고 무작정 이 남자를 쫓아가 은밀한 거래를 제안합니다. 한국영화 씨받이의 거꾸로인 경우인데 처음에는 기계적으로 살을 섞던 이 남녀가 나중에 지독한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여성 감독 특유의 섬세하고 꼼꼼한 심리묘사가 돋보이는데 그러한 감독의 의도를 남녀 배우 특히 베라 파미가는 타고난 특유의 외모와 감성으로 잘 소화합니다. 하지만 남편의 자살 동기 등 몇몇 부분에서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해외파도 아닌 하정우는 어학연수를 통해 습득한 뒤 갈고 닦은 훌륭한 영어실력을 선보이는데 불법 체류자 치고는 너무 영어를 잘하는거 아니냐는 시비를 거는 의견도 있습니다. 교민들이 많이 사는 LA에서는 이민자들이 공항에 딱 도착했을때가 영어를 가장 잘하는 시기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습니다. 지하가 '콩그래츄레이션스'라는 말을 할 때 객석 여기저기서 쿡쿡거리는 웃음이 터졌습니다. '사랑과 전쟁'의 극장판이 아니냐는 생각도 들고 곁가지로 이 영화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하나는 배우자에게 아무 예고나 통보없이 일찍 퇴근하면 안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불륜을 세련되고 품격있게 다뤘지만 어딘지 모르게 명불허전이라는 단어가 생각나는 영화입니다. 4.4.4. 일종의 반공영화이자 휴먼 드라마였던 [킬링 필드]로 아카데미상을 거머쥐며 등장한 뒤 묵직한 종교영화로 가브리엘의 오보에라는 명곡을 탄생시킨 [미션]을 선보였던 롤랑 조페 감독이 처음 도전하는 공포 스릴러 영화입니다. 잘나가는 젊은 모델인 여주인공이 누구엔가에 납치돼 끔찍한 고통을 겪는데 이 살인마는 용의주도한 게임을 벌여나갑니다. 우연히 옆방에 같은 신세인 젊은 남자와 탈출을 시도하는데 정교하고 집요한 살인마는 결코 만만한 존재가 아닙니다. 폐쇠된 공간에서 지적인 게임 그것도 목숨을 건 게임이라는 긴박한 소재에다 막판 반전까지 갖추고 있지만 감독의 명성에 걸맞는 품격을 획득하지는 못했습니다. 염산인지 황산인지가 등장하는 장면이나 믹서기에 들어가는 충격적인 재료 등 과도한 잔혹함에 눈살을 찌푸리고 [큐브]나 [패닉룸]만큼 관객을 휘어잡는 스릴러로서의 매력은 한참 떨어집니다. 이밖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일본 애니메이션 [초속 5센티미터]와 부산에서 왕성한 독립영화 활동을 하고 있는 전수일 감독의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등이 개봉됩니다. 장마철 건강 유의하시면서 행복한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