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명화

"준 벅"

굿멘 2007. 6. 28. 11:05

준 벅

같은 미국에서 만든 영화지만 [트랜스포머]에 대비되는 작고 소박한 독립영화입니다. 기본 틀의 관습을 답습하거나 억지로 해피엔딩으로 우겨넣지 않고 잔잔하고 세밀한 묘사로 인생, 가족, 사랑 등을 꾸밈없이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시카고의 미술품 딜러인 매들린은 아웃사이더 아트를 주로 취급합니다. 아웃사이더 아트란 영국에서 기원한 장르로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으로 (아웃사이더 아트는 색채와 형태의 균형과 조화를 통해 다수의 사람들이 '멋지다'라고 동의하는 작품들에 익숙해 있는 시각에서는 다소 생소한 작품으로 어쩌면 눈살이 찌푸려지고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릴 수도 있지만 강한 열정 속에서 이들의 참신성, 순수함과 솔직함을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 인터넷 검색에 나오네요.)  새로운 장르를 발견하고 개척한다는 의미지만 어떤 면에서는 이런 분야까지 미술 자본 시장에 편입된다는 의미도 있어 보입니다.

아무튼 새로 발굴하려는 작가가 마침 연하 남편의 고향인 노스 캐롤라이나 한적한 소도시에 위치해 있어 결혼 후 처음으로 시댁 방문겸 그곳을 찾습니다. 말 많지만 통찰력을 지닌 어머니와 무뚝뚝한 아버지, 잘나가는 형에게 항상 열등감을 느끼며 그저 그렇게 시골에서 썩고 있는 남동생, 남동생이 고등학교 시절 눈이 맞아 결혼해 시댁에 얹혀사는 임신한 며느리 애쉴리, 가장 개성있고 활기찬 인물로 이 역할을 맡은 에이미 애덤스의 연기가 단연 돋보입니다.

대도시에서 나고 자란 활달한 며느리 매들린이 조용하고 순박하고 또 기독교 문화가 깊게 뿌리박힌 노스캐롤라이나 집안에 와서 며칠 머물며 벌이는 문화적 충돌과 갈등이 벌어지는데 보통 평범한 영화같으면 소동이 벌어지고 갈등이 고조되다가 결국 멋진 화해와 사랑으로 마무리했을텐데 이 영화는 그 길을 택하지 않습니다.

늙은 아버지와 엄마, 동생 부부 각각의 인물들이 각각의 배경과 이야기를 갖고 있고 이들 사이의 관계 맺기도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형과 동생의 갈등, 동생 부부 사이의 단절, 둘째 며느리 애쉴리의 출산을 둘러싼 사건 등 소소하거나 큰 일들을 있는 그대로 관객에게 보여주려는 의도에 충실합니다.

사실 우리가 살면서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는게 가능하기나 합니까. 불혹의 나이를 넘긴 제 자신도 제가 잘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부모 자식 간, 사랑하는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도 완전한 이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 그렇지만 우리 인간은 타인에 대한 이해를 위한 노력을 멈춰서는 안된다는 것을 슬며시 알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