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들이 가져야할 야망
한국의 문화 가운데 한국 사람들이 특히 자랑하는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문화 보전, 김치와 술 같은 발효음식, 한글보존 등이 좋은 예다. 그런데 이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 모든 것이 놀랍게도 한국여성들이 자기완성보다는 어머니나 부인 같은 역할 완수에 집중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사실이다. -중략-
한국 여성은 다른 나라 여성보다 훨씬 더 힘이 있었다. 하회마을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분재기에는 조선 시대인 1650년까지 여자가 땅을 물려받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예전에 4년 동안 일본에서 여러 학자와 함께 18세기 조선, 중국, 일본, 베트남의 형법 사례를 분석한 적이 있다. 그 결과에 의하면, 당시 조선 사회는 남녀의 지위가 동등해서 같은 죄를 지었을 때 남녀가 동등한 벌을 받았다. 하지만 인근 나라에서는 같은 죄를 지어도 여자가 더 무거운 벌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또 다른 예로 3·1운동 당시 여성의 활약상을 들 수 있다. 1979년 일본에 3개월 교환교수로 가 있을 때 텔레비전을 통해 3·1운동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3·1운동에 참가한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인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우리의 3·1운동 관련 정사를 보면 여성에 대한 이야기나 자료가 거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한국 여성이 그 운동에 참여했는지 조차 모른다.
김규식박사의 딸 폴린 장이 동암연구소에 제공한 자료에 의하면, 김규식박사의 부인 김순애 여사 역시 상하이 일대에서 3·1운동 준비 상황을 상하이에서 서울까지 도보로 다니면서 비밀리에 전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녀의 활동상황을 잘 모르고 있다. 김규식박사의 활동성은 잘 알면서 말이다.
이렇듯 한국 여성은 한글보존, 한국문화 보존, 인권보장(예로 조상굿), 발효음식인 김치 등 한국문화의 고유성을 지켜 온 주역일 뿐만 아니라, 독립 운동의 주역이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한국 여성의 힘이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찬찬히 살펴보면 이처럼 사회에 공헌한 여성이 많고 훌륭한 리더십을 가진 여성이 많다. 이러한 인물들을 찾아내 우리의 훌륭한 역할 모델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그 사실을 우리사회에 널리 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여성들이 벗어나고픈 사회적 차별은 늘 존재하기 때문이다. - 여자야망사전 본문 가운데
- ‘역사는 승자만의 역사다.’ 말이 있듯이 실질적으로 남성들이 지배해 온 세상에서 여성들의 기록을 찾는 것은 임진왜란의 승병들이 기록을 찾는 것보다 더 어렵다.
그러나 지난 20세기에서 가장 위대한 리더였다고 평가되는 징키스칸의 경우를 보더라도 어린 시절 아버지 예수게이가 타타르인에게 살해된 후에 호시탐탐 테무진의 목숨을 노리는 아버지의 경쟁자들 속에서 어머니 호에른의 피눈물 나는 필사적인 보살핌이 없었더라면 그가 살아남아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을지 단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징키스칸의 어머니 호에른은 타이추드족 전쟁 고아 쿠쿠추, 메르키드족의 고아 쿠추, 타타르족의 고아 시키 쿠두크, 주루킨족의 고아 보로콜을 양자로 삼아 우수한 장군으로 길러내 징키스칸을 돕도록 했다.
이렇게 여성들의 드러나지 않는 내조가 바탕이 되지 않은 승리란 없다. 그것은 현대에도 마찬가지로 교육·문화·예술 그리고 정치조차도 여성성의 바탕 위에서 꽃을 피운 것이라는 사실을 남성들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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