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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탈스러운 성격에 따지는 것을 좋아하고 감성보다는 이성으로 삶을 살아가겠다며 빡빡하게 굴던 C양이 말도 안 되는 사건을 벌였다. 3년간 C양의 표독스러운 성격을 다 참아내며 오직 사랑하나만을 믿고 훌륭하게 남자친구 역할을 해왔던 P군에게 이별통보를 한 것이다. 그나마 그녀의 곁에서 그녀가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보필해주었던 남자친구가 이제 없어져서 이젠 친구인 우리가 힘들어질 것이라 예상하며 우울해하던 본인에게 더욱 더 황당한 소식이 전해졌으니... 이별의 이유가 바로 ‘나쁜 궁합’때문이라는 것이었다. C양의 친언니가 결혼을 앞둔 상태에서 부모님이 점쟁이에게 궁합을 의뢰하면서 C양과 P군의 궁합도 덤으로 봐달라고 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닭띠인 C양과 뱀띠인 P군은 그야말로 먹히고 뜯기는 관계로서 여자는 평생 돈도 못 벌어오고 생활력 없는 남자 때문에 일로 고생하다가 마음에 병도 생긴다는 내용의 점괘는 그녀의 마음을 흔들어놓기 충분했나 보다. |
평소에 외치고 다니던 ‘감성보다는 이성’에 관한 생각은 이미 어디다 던져놓았는지 내용을 설명하던 그녀의 얼굴에 핏대가 섰었다. 핏대 선 그녀의 얼굴 뒤로 그녀와 P군의 지나간 연애스토리가 계속 떠올랐다. 점쟁이가 뭐라고 했든, 생활력 없는 쪽은 P군이 아니라 C양이었다. 대학생활 내내 그 흔한 아르바이트 한번 한 적이 없는 C양에 비해 학교 장학금까지 받고 다니며 학생근로활동까지 했던 P군. 그리고 그 힘들어 번 돈으로 C양과 함께 동남아도 놀러갔다오지 않았던가. 그리고 C양의 표독스러운 성격마저도 사랑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던 P군이 아니었던가. 이제 어디서 그런 남자를 찾는단 말인가. 정말 답답해서 C양에게 물었다. 그를 정말 사랑하긴 했던 것이냐고. 그녀 별 고민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정말 이 헤어짐의 이유가 오로지 ‘나쁜 궁합’때문이냐는 질문에는 10초 정도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이내 위아래로 끄덕이고 만다. 물론 그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솔직한 이야기로 본인 또한 오래 사귀어온 남자친구와 궁합을 단 한번도 보지 않았다. 봐서 좋아도 그만, 나빠도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고 점을 보려고 해도 나쁜 점괘가 나오면 기분이 나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물론, 본인은 C양처럼 나쁜 점괘 때문에 헤어짐을 감행하진 않았을 테지만 말이다.
주변을 보면 보통 열에 다섯 정도는 결혼 전에 궁합을 보긴 하는 것 같다. 결혼 날짜를 택일하면서 슬쩍 본다거나 하는 경우로 말이다. 하지만 정말 궁합 때문에 헤어진 커플은 TV 드라마에서나 봤지 실제로 내 곁에 생길지는 몰랐다. 샤머니즘 운운하며 미신신앙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떻게 자신의 인연을 ‘점괘’ 하나로 좌지우지한단 말인가. C양처럼 점괘 하나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나쁘게 나온 궁합 점괘 때문에 혹시라도 상대방과 싸우거나, 얼굴을 붉힌 적은 없는지. 그러니 궁합이라는 것을 단순하게 재미삼아 보고 어떤 점괘가 나오든 별 신경 안 쓰고 둘의 관계에 간단하게 ‘참고’만 할 줄 아는 대범함(?)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궁합은 그다지 추천해주고 싶지 않은 항목이다. 또 궁합이라는 것이 100% 믿을 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확실하다. 에디터의 측근인 O양의 경우, 당시 남자친구였던 L군과의 궁합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었다고 한다. 궁합을 봐주는 이가 침을 튀어가며 만물이 소생하고 꽃에 향기가 피어올라 벌과 새가 날아들어 향기로운 궁합이라고 흥분했던 그 커플은 결국 L군의 지독한 바람이야기로 끔찍하게 결말을 맺었기 때문이다.
인연을 만들어가고 지켜내는 것은 순전히 본인들의 몫이다. 서로를 알아가고 장점과 단점을 캐치해가면서 서로 지켜줄 것은 지켜주면서 지내다보면 언젠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사랑의 결실을 맺을 거라는 것이 본인의 생각이다. 근데 이렇게 고결한 인연의 끈을 한낱 ‘점괘’로 싹둑 잘라버릴 수 있는가. 호기심에 한 번 볼 요량으로 보는 궁합은 재미있다. 하지만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만큼 진지한 의미를 두고 궁합을 보는 일은 하지 말도록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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