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여수, 오동도....

굿멘 2007. 3. 8. 13:18

 

동백의 수도, 여수
전남 여수의 3월은 동백과 함께 시작된다. 바다를 향해 손 내밀고 있는 육지의 끝자락에 환하게 피어 있는 동백이 있기 때문이다. 차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수 동백나무는 허세를 부리지도, 변하지도 않고 늘 그 모습 그대로 피고 진다. 그래서인지 꽃이 가진 꽃말도 ‘신중’이다. 유난히 반짝이는 푸른 잎이 겨울의 삭막함을 거둬주어 여행자들에게는 늘 반가운 나무다.

동백나무의 아름다움은 뭐니 뭐니 해도 붉은 꽃이다. 작은 봉우리가 터져 붉은 잎이 펼쳐지면 그 안에 숨어 있는 노오란 꽃술이 수줍은 듯 얼굴을 내민다. 그러다 꽃이 질 때는 꽃송이째로 툭 떨어져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꽃이 지고서도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동백뿐 아닐까 싶다.

여수는 ‘동백의 수도’라고 불러도 허세가 아닐 만큼 많은 동백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그 중심은 방파제로 이어져 연륙도가 된 오동도와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가 만나는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다.
동박새가 노래하는 섬, 오동도
동백 숲에서 발견한 동박새. 동백꽃에 매달려 꿀을 먹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오동도는 오동나무가 많은 섬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은 오동나무보다 동백나무가 훨씬 많아 오동도 동백섬이라 부른다. 이 섬에는 오동나무와 동백나무에 대해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먼저 오동나무에 관한 전설이다. 고려 공민왕 때 신돈이 사람 인(人)자 아래 임금 왕(王)자를 사용하는 전라도에 봉황의 먹이가 되는 오동나무 열매가 많이 열리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불길하게 생각한 신돈이 지세를 살피고 전라도의 전(全)자를 사람 인자가 아니라 들 입(入)자 아래 임금 왕(王)자가 있는 글자로 고쳐 써 임금이 들어가는 곳이란 뜻으로 하고, 봉황이 날아오지 못하도록 오동나무를 모두 베어버린 것이라 전해진다. 이때 대부분의 오동나무가 베어져 지금은 몇몇 그루만 볼 수 있다.

두 번째 전설은 동백꽃에 관한 것으로 작은 섬 오동도에 들어와 살던 젊은 어부와 그의 아내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부가 고기잡이를 나간 새 도둑이 들어 어부의 아내를 탐하려 하자, 어부의 젊은 아내는 고기잡이 나간 남편이 있는 바다로 달려가 치마를 쓰고 뛰어들었다는 것. 그 사실을 알게 된 어부가 아내의 시신을 건져 무덤을 만들어주자 무덤가에서 피어난 것이 동백나무와 동굴 ‘신이대’라고. 때문에 동백꽃을 ‘여심화’라고도 부른다.

오동도의 동백을 만나기 위해서는 오동도 입구 조각공원에서 이어지는 산책로로 올라가는 것이 좋다. 올라가는 동안 좌우로 빼곡히 들어선 동백나무가 하늘을 가리고 붉은 동백이 길손을 맞이한다. 오동도 등대를 둘러싼 동백나무 군락지는 가장 먼저 동백이 피는 곳이다. 특히 등대 입구 작은 간이 찻집 옆 쉼터에 앉으면 동백나무 잎사귀만한 동박새가 꽃을 찾아와 꿀을 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연초록 깃털을 가진 동박새는 동백 이파리들에 가려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가만히 앉아 나무를 바라보면 새들의 지저귐과 함께 나무가 흔들리는 미세한 움직임이 보인다. 그때 나무가 흔들리는 곳을 바라보면 눈가에 선명하게 하얀 동그라미를 가진 동박새를 볼 수 있다. 동박새 관찰을 방해하는 것도 있다. 바로 직박구리. 어른 주먹만한 직박구리가 나타나면 동박새들은 그 나무를 떠나 다른 나무로 옮겨간다.

거문도 보로봉 정상에서 바라본 거문항. 동도·서도·고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오동도 등대 앞으로 난 길을 따라 섬 아래로 내려서면 입구 광장에 가득한 조각들을 만난다. 하나하나의 모습들이 익살스럽다. 조각공원을 중심으로 오른쪽으로는 휴게시설인 카멜리아와 오동도 유람선 선착장이 있다.

이곳에서 유람선을 타고 오동도와 돌산대교, 가까운 섬들을 돌아볼 수 있다. 왼쪽으로는 거북선과 판옥선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 이순신 장군의 ‘약무호남 시무국가(만일 호남이 없었다면 나라도 없었을 것)’라는 글이 적힌 비석이 있다. 오동도 입장료는 없다.

오동도 주차장에서 방파제를 건너 오동도까지 오가는 동백열차 이용료는 어른 5백원, 학생 4백원, 어린이 3백원이다. 주차 요금은 승용차를 기준으로 30분당 5백원, 1일 주차 5천원이다.
푸른 바다 건너 즐기는 꽃 여행, 거문도
여수 무술목에서 바라본 일출. 해를 향해 기도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여수에서 남서쪽으로 114.7km 떨어져 있는 다도 해상국립공원에 자리한 거문도는 동도와 서도, 고도 3개의 섬으로 이루어졌다. 동도와 서도 사이에 펼쳐진 1백만평의 바다가 천연 항구 역할을 해 일찍부터 큰 배가 드나들 수 있었던 장점을 가진 곳. 때문에 일찍부터 남해안의 어업 전진기지 역할을 할 수 있었으나 그 때문에 열강의 침입을 받기도 했다. 그 흔적으로 남아 있는 것이 영국군 묘지다.

이 묘지는 고종 22년(1885년) 4월에 군함 6척과 수송선 2척을 앞세운 영국해군이 거문도를 점령한 뒤 거문도에 머무르면서 군사기지와 항구를 만들 당시 이곳에서 사망한 영국군들의 묘지이다. 지금은 한창 공원화 사업 중이라 어수선하지만 묘지 유적은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살펴볼 수 있다. 거문도 여객터미널이 있는 고도에서 내려 왼쪽으로 난 마을길을 따라가면 천사 미용실 옆으로 영국군 묘지 가는 길이 있다.

거문도에서 동백꽃을 만나기 위해서는 서도 수월산 정상에 있는 거문도 등대로 가야 한다. 거문도 여객터미널에 도착해 거문도 택시인 봉고를 타고 등대 가는 길 입구인 무넹이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가자. 무넹이는 서도와 수월산을 잇고 있는 바윗길로 파도가 높을 때는 물이 넘어 다닌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거문도 등대와 관백정. 이곳에서 남해 끝에 자리한 백도를 찾아볼 수 있다.
나무로 바위 위에 길을 만들어 걷기 쉽도록 해놓았다. 무넹이를 넘어가면 수월산으로 올라가는 동백 산책로가 이어진다. 산책로 오른쪽은 절벽이지만 동백나무가 울창해 알아채기 어렵다. 동백꽃 산책로를 따라 약 20분을 걸어가면 거문도 등대 입구다.

거문도 등대는 1905년 해발 196m의 수월산 정상에 세워졌다. 일찍부터 어업 전진기지 역할을 했던 거문도 어민들의 길잡이를 위해 세워진 것으로 지금은 옛 등대 옆에 새로운 등대가 세워졌다. 그 옆으로는 관백정이 있다. 백도를 바라본다는 뜻의 정자다.

무술목 몽돌 해안 풍경. 파도가 오갈 때마다 싸르륵 싸르륵 소리를 낸다.
날씨가 좋으면 거문도에서 백도관광선을 타고 가 상백도와 하백도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으나, 바람이 많거나 비가 많이 와 배가 뜰 수 없는 날에는 이곳에서 백도를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날씨가 좋아도 육안으로 백도를 보기 어렵다. 다만 정자에서 바라보는 남해안의 푸른 바다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 흐르는 시간을 멈춰놓은 듯 아름답다.

거문도 등대가 있는 수월산을 한눈에 감상하려면 건너편에 보이는 신선바위로 올라가야 한다. 등대를 내려와 무넹이를 건너면서 왼쪽으로 올라가면 신선바위가 있다. 깔딱 고개를 오르듯 가파른 계단을 따라 5분 정도 오르면 산 능선이다. 능선을 타고 10여 분을 걸으면 왼쪽으로 신선바위 가는 길이 나 있다.

거문도 동백 산책로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 ‘노인이 앉아 있는 듯하다’ 하여 노인암이라 불리는 바위가 이색적이다.
이곳에서 오른쪽을 바라보면 거문도 3개의 섬에서 뻗어 나온 방파제와 삼호교가 거대한 항구도시의 위용을 과시한다. 예전엔 이곳에서 삼치파시가 섰다고. 지금 거문도를 대표하는 것은 제주도 갈치보다 더 맛이 좋다는 은갈치. 갈치가 많이 잡히는 7~8월이 되면 항구는 어선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단다.

신선바위 능선에서는 유림해수욕장 방향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오는 것이 쉽다. 길도 쉽지만 중간 중간 오래된 집터들이 있고 집 마당이었을 곳에는 어김없이 동백나무가 있어 심심치 않다. 이곳에서는 동백꽃뿐 아니라 야생수선화도 피어 있다.

동백나무 아래 혹은 양지바른 빈 터에 뾰족뾰족 솟아오른 잎사귀 사이로 노랗고 투명한 꽃들이 수줍게 얼굴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이 꽃들이 거문도 동백꽃 여행에 볼거리를 더한다. 영국인 묘지 가는 길가에 화사하게 피어난 유채꽃도 거문도 꽃 여행에 재미를 더한다.

거문도행 여객선은 여수여객선터미널에서 오전 8시, 오후 1시 20분에 출발한다. 거문도까지 소요 시간은 2시간. 오전 8시 배를 타고 들어가 거문도에서 출발하는 오후 4시 배를 타고 나오는 것이 좋다.
주차비는 1일 8천원. 여객선 요금은 편도 2만8천2백원이다. 문의 (주)청해진해운 061-663-2824
주변 볼거리
●진남관
여수시에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연관된 역사유적지들이 많다. 시내 중심부인 군자동에 자리한 진남관도 그중 하나다. ‘남쪽 왜구를 진압해 나라를 평안하게 한다’는 뜻을 가진 진남관은 임진왜란이 끝난 후 이시언이 진해루 터에 75칸 규모로 세운 객사다.

조선 후기 전라 좌수영 내에 6백여 칸으로 구성된 78동의 건물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지만 유일하게 남아 있는 건물이기도 하다. 진남관은 정면 15칸, 측면 5칸, 면적 2백40평 규모의 큰 건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 목조 건축물이다. 국보 제304호로 지정돼 있다.

조선 말기 순종 5년에는 여수공립보통학교로, 일제 강점기에는 여수중학교와 야간상업중학교로 사용되기도 했다. 1953년 보수 공사 도중 1718년 이제면 수사가 쓴 현판이 발견됐다.

건물 규모의 웅장함도 웅장함이지만 건물을 받치고 있는 자연석과 기둥의 결합 부분 등을 꼼꼼히 살펴보자. 자연적인 것을 그대로 살려낸 선조들의 건축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입장료는 무료.
●무술목
여수시에서 남쪽으로 8km 지점인 돌산읍 굴전마을에 자리한 무술목은 돌산대교를 건너 섬으로 들어가는 좁은 길목으로 이순신 장군의 전적지다. 길 양쪽으로 호수와 바다가 있어 밤에 보면 배를 타고 건널 수 있는 듯이 보인다.

임진왜란이 있던 무술년(1598)에 이순신 장군이 이런 지형의 특성을 이용해 왜선 60여 척과 왜군 3백여 명을 섬멸한 곳이다. 무술목은 몽돌해안으로도 잘 알려진 관광지다. 해안으로 들어서면 파도가 몽돌에 부딪혀 내는 싸르륵 소리가 먼저 반긴다. 이른 아침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출이 장관이다. 시간이 된다면 이웃한 전라남도 수산종합관도 돌아볼 것.
●만성리해수욕장
여수여객선터미널에서 여수역을 지나 만성리로 길을 달리면 바위산을 뚫어 1차선 터널을 만든 마래터널이 나온다.

아직도 많은 차량이 이용하는 터널로 교행 방법이 특이하다. 굴 안에 만성리로 건너가는 방향에 차량이 비켜설 곳이 있어, 만성리 쪽으로 진입하는 차들이 만성리에서 나오는 차량에 무조건 길을 비켜주도록 한 것.

처음 가는 사람들은 당황하기 쉽다. 마래터널을 지나면 검은 모래해변인 만성리가 나온다. 매년 음력 4월 20일, 모래 속 깊이 쌓였던 뜨거운 지열이 모래 위로 올라올 때 ‘검은 모래 눈뜨는 날’이라는 축제가 열린다. 모래찜질이 신경통과 위장병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전국 곳곳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마래산을 배경으로 물 위에 한가로이 떠 있는 고깃배를 바라보며 맨발로 모래사장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주변 맛집
여수시 중앙동로터리 진남관 건너편 골목 안에 자리한 구백식당(061-662-0900)은 20년 넘게 손맛을 이어온 전남도 별미 집이다. 고기 맛이 좋아 샛서방에게만 준다고 해서 ‘샛서방고기’라 부르는 금풍생이 구이와 서대회가 맛있다. 거문도의 삼도식당(061-665-5946)은 찹쌀을 부드럽게 불려 소라와 마늘을 넣고 끓여내는 소라죽을 잘하는 집이다.
잠잘 곳
여수에는 모텔급 숙소가 많이 있다. 여수지방해양수산청이 있는 여터로터리와 여수시청이 있는 여천역 인근에 깨끗한 모텔들이 모여 있다. 가격은 3만원에서 3만5천원 선.
찾아가는 길
경부, 천안·논산고속도로를 지나 호남고속도로로 진입, 순천 IC로 나와 여수행 17번 국도를 이용하면 된다. 대략 5시간이 소요된다.

출처 : 레이디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