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모집원이 보험가입을 권유하다가 틀렸다 싶었는지 사탕과 껌이 든 작은 비닐봉지 하나를 남기고 돌아갔다.
두고 간 알사탕 하나를 입에 넣고 두 눈을 지긋이 감아본다. 어릴 적 철길을 따라 십리쯤 떨어진 교회를 가는 길목에는 점방(가게)이 하나 있었다. 그곳을 지날 때마다 나는 유리 항아리에 잘 진열해 놓은 눈깔사탕이랑, 왕사탕, 뉴과 등을 사 먹고 싶은 충동을 매번 참아야 했다. 교회 헌금을 하라고 준 돈을 매만지기를 수 차례 하면서 먹고 싶은 충동을 이기려 그곳을 지날 때면 애써 달음박질을 해야 했다.
그러나 어느 날 먹고 싶은 충동을 못 이긴 나는 헌금하라고 준 돈으로 그만 눈깔사탕을 사 먹고 말았다. 달음박질을 하려 해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것을 참아낼 수 없었다. 그날 눈깔사탕을 입에 넣고, 행여 사탕이 깨질세라 조심조심 빨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교회에 도착을 했지만, 헌금시간이 되자 곧 후회를 하게 됐다. 헌금할 돈은 이미 입 안의 달콤한 기억을 남긴 체 사라지고 없었기 때문이다. 후회되는 마음으로 기도를 올렸다. “하나님 아까 사탕이 너무 먹고 싶어서 헌금하라고 준 돈으로 그만 사탕을 사 먹고 말았습니다. 다시는 …” 이렇게 용서를 비는 기도를 드렸지만 수 주일이 지나면 또 그 눈깔사탕의 유혹이 신앙심을 기어이 이겨 버리곤 했다.
나이가 들어서도 달콤한 눈깔사탕의 유혹은 또 다른 모습으로 내게 인내를 시험해 왔고, 간간이 그 유혹은 기어이 나를 이겨낼 때가 많다.
[마시멜로 이야기]를 쓴 호아킴 데 포사다는 ‘마시멜로 실험’을 통해 실험에 참가한 네 살배기 아이들에게 달콤한 마시멜로 과자를 하나씩 나누어주며 얼마간 마시멜로 과자를 먹지 않고 참으면, 상으로 한 개를 더 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 중 다수는 잠깐 동안을 참지 못해 마시멜로를 먹어 치워버렸지만, 또 상당수 아이들은 기다림으로써 상을 받은 내용을 책 서두에 쓰고 있다. 그러면서 먹고 싶은 마시멜로를 참아 낸 자가 성공을 얻는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어른이 된 아이는 지금도 이런 저런 달콤한 유혹을 이기지 못하여, 때로는 후회와 방황을 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면서 “우리 같은 凡夫들이야 때로는 그냥 이렇게 흔들리면서, 때로는 오히려 유혹을 사랑하면서 살아가지 뭐” 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동병상련일까? 마시멜로 하나를 더 받을 수 있는 상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보통의 모든 사람들에게 오늘은 그 옛날 입안의 행복을 전달해 주었던 눈깔사탕 하나를 전하고 싶다.
보험모집원이 두고 간 사탕 하나가 단맛을 느끼지도 못하고 언제 녹아 없어졌는지 입안에서 사라지고 없다. (글향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