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명화
개봉영화 이야기 (퍼옴)
굿멘
2007. 4. 13. 09:48
남상석기자의영화이야기 |
4월 둘째주 개봉영화 |
지난번 글에서 강력 추천해 드린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포함해 이번주에도 다양한 영화들이 선보입니다. 중고 신인인 나카시마 데쓰야 감독과 주연 여배우인 나카타니 미키가 촬영기간 동안 서로 욕설을 주고받을 정도로 심각하게 대립하면서 결국 명연기를 뽑아냈고 여배우는 촬영기간 동안 매일 매일 쓴 일기를 에세이집으로 출판까지 했다고 합니다. 작품이 나온 뒤 여배우는 이 성질 괴팍한 감독을 존경한다고 밝히며 자신의 연기관이 지구라면 감독의 용량은 우주라고 극찬했다고 합니다. 예술의 세계는 참 멀고도 험합니다. 천년학 ![]() 멀고도 험한 영화 감독의 길을 50년 가까이 걸어오며 100편의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 같습니다. 평생 영화 한 편 만들고 원로감독이라고 목에 힘주고 다니는 안타까운 사례의 분들도 간혹 있는 한국영화계에서 7순을 넘긴 나이에 현역으로 활동하며 100번째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요즘 상업영화와는 많이 다른 영화 문법과 정갈한 화면, 잔잔한 분위기 덕분에 시사회장에서 몸 상태 좋지 않았던 제가 2~30분 단잠에 빠졌습니다. (동호가 사우디 간다고 했는데 깨어보니 어느새 번듯한 집을 지어놨더군요.) 개봉하면 극장에서 다시 한번 볼 작정입니다. [천년학]은 한국영화 최초로 100만 관객을 돌파했던 1993년 [서편제]의 속편 격입니다. 판소리를 다룬 이청준의 3연작 단편 소설 가운데 마지막 편인 [선학동 나그네]를 원작으로 합니다. 떠돌이 소리꾼 유봉(임진택)의 손에 피를 나누지 않은 남매로 자라며 소리 구걸을 하고 다니는 송화(오정해)와 동호(조재현). 동호는 의붓아비 유봉이 자신은 이루지 못한 득음의 경지를 의붓딸 송화를 통해 이루고자 송화 눈을 멀게 했고 결국 크면 자신의 아내로 취하려고 했다고 믿으며 가출합니다. 동호는 유랑 가극단으로, 중동 건설현장으로 떠돌면서 송화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가슴 깊이 묻어두고 살아갑니다. 송화는 친일파 출신 부자 노인의 첩으로 들어가 살며 딱 한번 짧은 호사를 누리기도 하지만 여기저기 떠돌며 소리를 파는 생활을 합니다. 둘은 살아가면서 두세번 마주치지만 서로의 마음을 결코 드러내지는 않은채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합니다. 서편제 개봉 당시보다 더 잊혀져가는 우리 소리의 매력을 보여주고 임권택 감독의 평생 동지인 정일성 촬영감독이 꼼꼼하고 멋진 솜씨로 우리 땅의 숨어있는 아름다운 비경을 담아내며 노장의 경륜과 인생체험이 녹아있는, 심심한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진한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는 '차'같은 영화입니다. 극락도 살인사건 ![]() 한국영화로는 보기 드문 장르인 미스터리 스릴러입니다. 절단된 사체 일부분과 피도 꽤 나오는 고어적인 성격도 많이 가미되어 있습니다. 섬주민이 17명 밖에 되지 않는 극락도, 어느날 한밤중 젊은 청년 두명이 무참히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 고립된 섬 주민들 가운데 범인이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나름대로 추리를 해나가는데 계속해서 사람들이 하나 둘씩 죽어나갑니다. 마을 이장(최주봉), 보건소 의사(박해일), 분교 선생(박솔미) 이 세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서로 대립하고 의심하며 사건은 점점 예상치 않는 반전을 간직한 클라이막스로 향합니다. 고립된 섬이 주 무대이고 등장인물이 많다보니 한편의 잘 짜여진 연극을 보는 것 같습니다. 연극판에서 단련된 실력으로 무장한 배우들의 앙상블은 화려합니다. 특히 최주봉 선생은 이 영화에서 복합적인 성격의 마을 이장역을 섬뜩하리만큼 잘 해냅니다. 깔끔한 순종 미스터리 스릴러라기 보다는 앞부분에는 코미디도 있고 공포스런 부분도 있고 범인이 과연 누구일까하는 머리 싸움도 재미있습니다. 영화 에필로그 부분에서 사건의 원인과 경과 결과를 자세히 설명해주는데 어떤 사람은 그 부분이 있어서 영화가 전체적으로 이해되고 좋았다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너무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 때문에 짜증났다고 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고스트 라이더 ![]() 할리우드가 '영화에 돈질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영화입니다. 만화가 원작으로 오토바이 스턴트맨인 주인공(니콜라스 케이지)이 아버지의 불치병을 고쳐주겠다는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 영혼을 팔아버리고 낮에는 스턴트맨, 밤에는 온몸과 오토바이가 불꽃으로 휩싸이는 '고스트 라이더'로 활동하는데 세계 정복을 꿈꾸는 악의 무리로부터 지구를 구하고, 애인도 구한다는 설정입니다. 단순하고 톱니가 잘 안 들어맞는 스토리에 주인공 캐릭터는 감정이입이 어려운데 물 다음으로 표현하기 어렵다는 활활타는 불꽃을 표현한 컴퓨터 그래픽은 정말 '돈을 지대로 처발랐구나!'할 정도로 감탄할 만한 수준입니다. 오토바이에 매료된 청소년 층들은 영화에 나오는 다양한 제품들에 매료될만 하겠군요. 그럼 이만 줄입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
남상석 기자 ssnam@sb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