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당신은 라이벌인가 ?

굿멘 2007. 6. 29. 09:12

당신은 뜨거운 라이벌이 있는가?

대한민국 VS 일본, 코카콜라 VS 펩시, 나이키 VS 리복, 삼성 VS 소니. 빌 게이츠와 VS 스티브 잡스. 어떤 분야에서든 ‘VS’를 사이에 둔 라이벌의 관계는 오랜 세월 그 둘을 바라보는 구경꾼들에게는 참 흥미로운 이야기꺼리를 제공한다. 오랜 세월 강자로 군림했던 한쪽이 팽팽하게 접전을 벌이던 라이벌의 추격을 따돌리지 못하고 역전당하는 사례가 종종 일어날 때는 내 기업, 내 나라, 나와 관련된 사람이 아닌데도 화제의 진원이 되는 곳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게 된다. 그렇다면 라이벌은 독일까? 약일까? 라이벌은 라이벌로서 경쟁만 하다가 마는 사이일까? 전격적으로 파트너가 되는 길은 없을까? 라이벌 사이에서 긍정적인 관계는 어떻게 형성될 수 있을까.

라이벌은 뜨겁다
지난 봄,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던 스포츠제전이 있었다. 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다. 세계의 내로라 하는 피겨스케이트 선수들이 참가하는 곳에 지난 국제대회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던 김연아 선수가 출전하면서 많은 국민들이 일본에서 열리는 경기중계에 시선을 빼앗겼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을 뜨겁게 했던 이유는 세계 랭킹 1위인 일본의 아사다 마오 선수가 나이가 같은 여고생이면서 김연아의 선수의 라이벌이라는 점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부상으로 제 기량 발휘하지 못한 김연아 선수가 안타깝게 동메달에 머물렀을 때, 일부 사람들은 차라리 같은 일본선수라 해도 몇 살 위인 안도 미키 선수가 1위를 했던 점이 차라리 위안이 되었다 할 정도였다.

역사 속에서 우리나라와 일본 만큼 ‘전통 깊은’ 라이벌이 또 있을까. 김연아와 아사마 마오는 이미 우리들에겐 피겨스케이트를 뛰어넘는 또 다른 의미가 하나 더 생긴다. 이미 한일전 축구대회 같은 경우는 그 대회 타이틀의 무게와 관계없이 단순한 친선경기임에도 늘 온 국민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고 가는 스포츠 경기가 되었다.

특히 스포츠에서 라이벌 의식은 발전의 촉매제가 된다. 짧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K리그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것은 라이벌다운 라이벌이 적었던 탓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최근 귀네슈 감독이 이끄는 ‘서울’과 차범근 감독이 이끄는 ‘수원’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위치 등으로 양 구단은 어느새 K리그의 가장 대표적인 라이벌로 자리를 잡았다. 그 두 팀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뜨거워진 관중들이 구름처럼 모이면서 K리그의 새로운 흥행카드가 되고 있다.

라이벌은 뜨겁다. 아이들이 싸우면서 자라듯이 인류는 경쟁을 통해 발전해왔다. 경쟁은 개인, 마을, 종교, 국가 사이에서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며 우열을 가리고, 다름을 확인하게 한다. 물론 경쟁이 심화하면 대립과 폭력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적당한 경쟁에서 유발되는 건전한 긴장관계는 언제 어느 시대에서나 발전의 원동력이 돼 왔음이 분명하다.

멋진 라이벌들은 서로를 흠모하며 성장한다
라이벌(rival)은 강(江)을 의미하는 영어의 리버(river)와 같은 뿌리에서 생긴 말이다. 라틴어의 ‘리발’에서 나온 것으로 ‘강의 주민’이 원래 뜻이라고 한다. 강가에 사는 주민이지만 강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사는 강가의 주민을 모두 의미한다. 어원으로 보면 같은 강물을 마시고 살고 같은 강을 끼고 살면서 사이좋게 지낼 듯하지만 그렇지 못한 모양이다. 고기를 잡고 논밭에 물을 대면서 서로 충돌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물이 마르거나 오염되면 다 같이 죽게 되므로 라이벌은 경쟁자이자 공동운명체라고도 할 수 있다. 경쟁 속에서 상대방의 존재가치를 찾고, 그 경쟁을 자신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계기를 마련해야 함께 잘 살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멋진 라이벌들은 이런 의미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는 언론이 둘 사이를 ‘라이벌’로 규정하고 부추기는 일에 대해 우려를 한다. 둘은 서로 ‘라이벌이 아닌 친구’라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러나 그들도 알 것이다. 경기장 밖에서는 친구일지 몰라도 경기장에 스케이트를 신고 올라서면 냉정한 경쟁관계에 놓인다는 것을. 그리고 상대방으로 인해 자신이 더욱 성장하고 노력하게 된다는 사실까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첨단기술에 관한 한 물러설 수 없는 라이벌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애플의 스티브 잡스 역시 마찬가지다. 30년 전, PC(개인용컴퓨터)와 IT(정보기술)라는 말이 처음 생겨났을 때부터 서로 주도권 싸움을 벌여온 숙명의 라이벌이다. 두 사람 모두 업계의 ‘최고 리더’였지만 생각과 행동이 ‘극과 극’이었기 때문에 한 사람의 성공은 다른 사람의 실패를 뜻했다. 그래서 서로의 경영 방식에 대해 독설도 서슴지 않고, 철저히 무시해 왔다.

그러나 두 사람은 지난 5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만나 양사의 불꽃 튀는 막후 기술경쟁과는 달리 상대방에 찬사를 보내기에 바빴다. 스티브 잡스는 “빌은 산업계에서 최초로 소프트웨어 회사를 세웠다. 누구보다도 먼저 소프트웨어에 집중했다”고 게이츠 회장을 치켜세웠는가 하면, 빌 게이츠는 스티브 잡스가 최고경영자인데도 위험을 감수하면서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취향과 우아함을 갖춘 제품을 개발했다면서 “스티브가 이룩한 일은 매우 경이로웠다”고 화답했다.

진정하게 멋진 라이벌 관계에 놓인 두 사람은 서로를 흠모하고 서로에게 배운다. 드라마 <황진이> 속의 숙명의 라이벌 ‘백무’와 ‘매향’의 관계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황진이의 스승인 백무가 자결했을 때 그녀의 숙명적인 라이벌이었던 여악행수 ‘매향’은 그 누구보다도 슬퍼하고 아파했다.  매향의 대사 속에 발전하고 성장해왔던 라이벌을 잃는 예인의 아픔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길동무는 조만간 내가 하게 될 거야. 평생을 재주 겨루며 겯고틀던 지기가 이리가고 없는데 내가 무슨 힘이 있어 명을 더 이어붙이겠는가...백무 이사람...”

라이벌에겐 예의가 필요하다
한 온라인 취업사이트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직장인 중에는 2명 중 1명이 ‘직장 내에 라이벌이 있다’는 응답을 했다고 한다. 라이벌의 상대는 보통 동기가 가장 많았고 상사나 부하직원도 있었다. 직장에서 동기는 상사나 부하직원보다 확실히 대등한 관계이기 때문에 가장 라이벌 관계에 놓이기 쉬운 사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적이나 간섭, 비판 같은 갈등의 문제를 훨씬 일방적이지 않게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자칫 서로의 양보가 없을 경우 첨예한 갈등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라이벌은 어디까지나 페어플레이가 가장 기본이다. 페어플레이가 사라진 경쟁은 이미 라이벌로서 실격이기 때문에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도덕성에 흠집을 내면서 경쟁구도를 만드는 라이벌을 상대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다. 마음속에 적당히 접어두고 다른 멋진 경쟁자를 찾는 것이 사람 VS 사람의 라이벌 관계에서는 더욱 발전적이다.

하지만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소 자신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해두어야 그러한 갈등이 생긴다 해도 금방 해결할 수 있다. 평소 동기에게 점수를 많이 쌓아두자는 것이다. 사람은 작고 사소한 일에 의외로 큰 감동을 받는다. 귀찮거나 까다로운 일, 웬만하면 서로 꺼려하는 일을 과감하게 나서서 해결하도록 노력한다거나, 그 일이 명쾌하게 처리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솔선수범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동기는 물론 상사도 당신을 다시 볼 것이다.

말을 할 때는 다시한번 생각하고 신중하게 하는 것은 사실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이다. 라이벌 관계를 긍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언행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라이벌의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얘기를 자기는 가볍게 한다고 하지만 그 사람에겐 상처가 될 수 있고 오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설사 상대가 자신의 자존심에 관한 말을 화제로 삼았더라도 다른 화제로 이끌거나 말을 아끼고 조심해서 대답한다. 그리고 되도록 입사동기라도 반말은 쓰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실수를 했을 때는 진심어린 마음으로 사과한다. 말로만 하거나 표정은 안 그런데 고개만 까딱하는 사과는 않느니만 못하다. 마음이 미안하다면 표정도 진심으로 미안해야 한다. 아니, 노력하지 않아도 마음만 진심이라면 표정은 자연스러울 것이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고 자신의 성장에 큰 도움을 주는 라이벌이 있는 일은 축복이다. 직장인들이 라이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자기관리를 하게 되기 때문이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고, 능력이나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경쟁이 아닌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서 라이벌이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라이벌의 긍정적인 효과를 무시하지 못하는 이유다. 

라이벌은 언제 어디서고 저절로 생길 수 있다. 라이벌이 생겼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위해 자기 스스로 일정한 기준을 가지고 성장에 보탬이 되는 안에서 선의의 의도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현재, 당신에게도 라이벌이 있다면 나부터 멋진 라이벌이 되도록 갈고 닦고 노력해야 한다. 좋은 라이벌의 역사는 인류의 정신세계와 기술세계를 크게 발전시켜왔다. 그들 개인을 성장시키는 것은 기본이다.

- 한경 전미옥 칼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