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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의 중요성

굿멘 2007. 1. 24. 10:42
옛글의 숨결] 일처리

나랏일을 맡은 사람에게 계획하고 사색하는 것보다 더 큰 일이 없다. 계획은 심원해야 하고 사색은 주밀해야 한다. 심원하지 않으면 치밀하지 못하고, 주밀하지 않으면 확고하지 못하다. 치밀하지 못하고 확고하지 못하면 일을 그르치기 쉬운 법이다. …(중략)… 모든 일에 기회를 놓치지 말고 과감하게 결단해야 하는 경우는 드물다. 반면 평소 오랫동안 계획한 일이 나라에 유익한 경우는 많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보통 빠른 것을 귀하게 여기고 느린 것을 나쁘게 생각한다. 그런데 빠르게 일을 처리하면 비록 일시적으로 속이 시원하기는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후회하게 마련이다. 반면에 느리게 일을 처리하면 비록 속이 시원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경우 성공적으로 일을 마칠 수 있다. 그러니 계획하고 사색하는 일을 창졸간에 서둘러 해서야 되겠는가.

-용재 성현(成俔:1439~1504)의 ‘부휴자담론’(이래종 역주, 소명출판)



일을 행하는데 있어 계획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할 것이다. 용재의 말을 다시 옮기면 ‘계획은 심원해야 하고 주밀해야 한다’. 여기에서 ‘심원’(深遠)은 생각을 많이 하고, 오래도록 한다는 의미이다. ‘주밀’(周密)은 생각을 두루 넓게, 그리고 세밀하게 한다는 뜻이다.

계획 단계에서 깊이와 넓이, 내용과 형식을 함께 갖추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치밀하고 확고하게 일을 처리하려면 충분히 사색하고 계획해야 한다. 이것이 어찌 나랏일을 하는 대통령이나 공무원에게만 해당하는 일일까. 천천히, 그리고 치밀하게 사고한 뒤에 실행에 옮기자. 욕속부달(欲速不達)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급하게 서두르다 보면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조운찬/경향신문 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