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바다에 전화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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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횟집
- 김경주
그 집은 바다를 분양 받아 사람들을 기다린다
싱싱한 물살만을 골라 뼈를 발라 놓고
일년 내 등 푸른 수평선을
별미로 내놓는다
손님이 없는 날엔 주인이
바다의 서랍을 열고
갈매기를 빼 날리며 마루에 앉아
발톱을 깎기도 하는, 여기엔
국물이 시원한 노을이
매일 물 위로 건져 올려지고
젓가락으로 집어먹기 좋은 푸른 알들이
생선을 열면 꽉 차 있기도 한다
밤새 별빛이 아가미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그물보다 촘촘한 밤이 되어도 주인은
바다의 플러그를 뽑지 않고
방안으로 불러들여
세월과 다투지 않고
나란히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한다
깐 마늘처럼 둘러앉아
사발 가득 맑은 물빛들을 주고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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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바다에게 전화하고 싶다. "등푸른 수평선"과 "국물이 시원한 노을"을 보내 달라고. 그걸 안주 삼아 푸른 소주병들을 쓰러뜨리고 싶다. 오랜 친구와 마주앉아 "세월과 다투지 않고/나란히 살아가는 법"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새벽바다에서 잡아올린 싱싱한 생선이 저녁이면 도심횟집의 식탁 위에 오르는 요즘이다. 서울 어디를 가나 "바다횟집"도 있고 "해변횟집"도 많다. 그래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처럼 바닷가 어디쯤의 허름한 횟집이 그립다. 회 맛이야 매양 한 가지겠지만 거긴 요동치는 바다와 흰 백사장,허기진 배를 채우러 날아오르는 갈매기들이 있으니. -오광수 엮음 "시는 아름답다"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