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호미’·함정임 ‘나를…’, 씨뿌리는 女·길떠나는 女 |
입력: 2007년 02월 07일 17:34: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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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을 훨씬 넘긴 할머니 작가 박완서씨는 경기 구리시 아차산 자락에서 밭을 매면서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살고 있다. 자신을 아름답게 꾸밀 줄 아는 작가 함정임씨는 늘 어디론가 떠나는 걸 꿈꾸면서 가방을 싸고 지인들에게 편지를 띄운다. 그들의 삶을 최근 나온 산문집 ‘호미’(열림원)와 ‘나를 미치게 하는 것들’(푸르메)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완서씨의 ‘호미’는 노령으로 소설을 거의 쓰지 않는 그가 질박한 일상과 노년의 상념, 그리운 이들에 대한 회고를 써내려간 글이다. 작가는 “거의 70이 넘어서 쓴 글들”이라면서 “이 나이 이거 거저 먹은 나이 아니다”라고 자부심을 나타낸다. “나이에 6자가 들어있을 때까지만 해도 촌철살인의 언어를 꿈꿨지만 요즈음 들어 나도 모르게 어질고 따뜻하고 위안이 되는 글을 소망하게 되었다”는 그의 말이 이번 산문집의 분위기를 짐작케 한다.
‘작년에 그 씨를 받을 때는 씨가 종말이더니 금년에 그것들을 뿌릴 때가 되니 종말이 시작이 되었다. 그 작고 가벼운 것들 속에 시작과 종말이 함께 있다는 그 완전성과 영원성이 가슴 짠하게 경이롭다.’
‘칠십 고개를 넘고 나서는 오늘 밤 잠들었다가 내일 아침 깨어나지 않아도 여한이 없도록 그저 오늘 하루를 미련 없이 살자고 다짐해왔는데 그게 아닌가. 내년 봄의 기쁨을 꿈꾸다니…. 가슴이 울렁거릴 수 있는 기능이 남아 있는 한 그래도 인생은 살 만한 것이로구나.’
마흔의 나이로 등단해서 37년째 독자와 함께 늙어가는 작가의 삶에 대한 지혜가 느껴지는 글들이다.
함정임씨는 ‘나를 미치게 하는 것들’에 대해 “지난 3년간 바람처럼 세상을 떠돌며 기록한 내 사유의 집”이라고 소개했다. “어느 날에는 소설을 쓰다가 공항으로 달려가 아일랜드로 떠났고, 어느 날에는 저녁밥을 짓다가 서재로 달려가 편지를 썼다”는 그의 여행과 일상이 비망록처럼 담겨 있다. 파리, 더블린, 에든버러, 솔즈베리, 리버풀, 뉴욕 등 낯선 여행지에서 벼린 감각의 촉수가 추억을 더욱 아름답게, 일상을 더욱 소중하게, 가까운 이들을 더욱 사랑하게 만들어준다. “감탄하는 것도 능력, 반응하고 표현하는 것도 능력”이라는 작가는 “세상을 향해 ‘브라보’를 외치자”고 주장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