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도쿄 fhakd tksQh

굿멘 2007. 7. 27. 09:16
 
“스미마센, 혹시 여기 아세요?”
출퇴근 시간, 일본 도쿄 지하철에서는 ‘스미마센’(우리말로 ‘미안합니다’라는 뜻) 합창이 끊이지 않고 울려 퍼진다. 옆 사람과 조금이라도 닿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가 행여 누군가 실수로 발을 밟기라도 하면 재빨리 토해내는 일성 一聲이다. 밟은 사람에게 질세라 밟힌 사람 역시 모른 체하지 않고 ‘스미마센’을 외친다. 자신이 조금 더 주의했더라면 이런 일이 안 일어났을 텐데, 상대방이 자신의 발을 밟게끔 부주의했다는 사과인 셈이다. 이런 풍경은 일본 사람들이 선량해서 벌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나 아닌, 남과의 대립과 충돌을 극도로 싫어하는 일본인 특유의 기질 때문이다. 사무라이가 사회의 상류층을 차지할 정도로 호전적이었던 역사와 지진과 태풍 등으로 어느 날 갑자기 가족이나 친구를 떠나보내야 했던 팍팍한 자연환경 속에서 일본인들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살아야만 했다.

그리고 그 긴장감이 대대로 이어지면서 일본인들의 갈등 회피 성향은 DNA에 포함되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특유의 국민 정서이자 내재된 생활양식이 되었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현재에 충실한 것 같다. 미래의 행복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을 나중으로 미루지 않는다. 어쩌면 바로 이런 성향이 일본의 ‘마니아 문화’를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도쿄의 문화 아지트를 소개하는 <도쿄 로망 산뽀>(유종국 저, 디자인하우스)에 소개된 장소들은 평범한 일본인들의 마니아적 열정이 만들어낸 곳들이다. “무슨 마니아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라는 물음에 “뭐, 마니아라고 불리든 어떻든 진짜 마니아는 그런 거 신경 안 쓰겠죠”라고 대답하는 어느 일본인의 모습은 일본이라는 나라, 그리고 도쿄라는 도시가 다채로운 색깔로 그려지는 이유를 단적으로 설명해 준다.

<도쿄 로망 산뽀>에는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문화기획자로 십수 년을 살아온 저자 유종국이 경험한 ‘일본’이라는 나라, 그리고 ‘도쿄’라는 도시의 뒷골목 비밀들이 낱낱이 드러나 있다. 번잡하고 화려한 장소는 아니지만 도쿄 사람들의 애정이 물씬 묻어나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도쿄의 문화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 각박하고 딱딱한 숨 막히는 공간인 도시에는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작열하는 태양과 축축한 습기에 지칠 대로 지친 여름, 비행기를 타고 도쿄로 가지는 못하더라도 <도쿄 로망 산뽀>를 읽으면서 편안한 휴식을 꿈꾸어보는 것은 어떨까? 여러분이 꿈꾸는 상상 하나하나가 우리가 사는 이 도시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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