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세계 3대 폭포 옆 이과수·나이애가라와 함께 세계 3대 폭포로 꼽히는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빅토리아 폭포. 늘 희뿌연 물안개를 휘감고 있어서 현지인 말로 ‘오시 모야 퉁야’(천둥치는 연기)라 불린다. 이 폭포 부근에 아담한 시장이 있다. 이름도 특별히 없다. 배낭여행자들의 ‘성경’ 『론리플래닛』에도 그저 수공예품 시장(craft market)이라고 나와 있을 뿐이다. 위치도 정확하지 않다. ‘빅토리아폴스 중심가에서 천둥 치는 소리를 따라 걷다 보면 철길이 하나 나오는데, 대충 그쯤이면 다 왔다고 봐도 된다’. 시장을 찾아갈 때 들은 ‘가장 자세한 정보’는 그게 전부였다.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게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이 작은 시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하나다. 바로 뭐든 바꿀 수 있다는 점. 쓰다 반만 남은 치약도, 깨진 볼펜도, 냄새나는 양말도 이 시장에선 ‘상품’으로 존중받는다.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땐 ‘에이, 설마’ 싶었다. 하지만 함께 여행하던 덴마크 친구 스티나가 정말 낡은 티셔츠에 머리띠·속옷까지 몽땅 팔아치우고 돌아오는 게 아닌가? 가져온 물건들도 훌륭했다. 당장 버려도 하나 아깝지 않을 물건을 멋진 얼룩말 무늬 그릇과 동물 조각으로 바꿔오다니. ‘내일쯤 슬슬 기념품 가게나 가봐야지’ 했던 마음이 싹 사라졌다. 물물교환을 하든 못하든 그 과정 자체가 신나는 경험일 것 같았다. 한걸음에 시장으로 달려갔다. 너무 오래 입어서 질려버린 바지와 허리띠, 비행기에서 나눠준 양말, 색연필… 여행자에겐 ‘계륵’ 같은 물건들을 잔뜩 챙겨 들고서. “카리부(환영해).” 시장에 도착하니 머리에 손수건을 둘러쓴 풍채 좋은 아주머니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반갑게 맞는다. 일단 펼쳐놓은 물건부터 훑어봤다. 역시 아프리카였다. 돌을 조각해 만든 오만 가지 동물들, 베란다에 세워 놓으면 아프리카 기운이 새록새록 뿜어져 나올 것 같은 기린 조각, 섬세한 목걸이와 귀걸이, 당장이라도 신나는 리듬이 터져나올 것 같은 크고 작은 북들, 무시무시하게 생긴 아프리칸 마스크…. 그릇에도, 악기에도 초원을 달리는 사자와 얼룩말이 뛰어놀고 있었다. 덕분에 나무로 만든 단순한 그릇 하나에서도 펄펄 에너지가 넘쳤다. 한참을 바틱에 빠져 있다가 문득 이곳에 ‘거래’를 위해 왔다는 것이 생각났다. 고심 끝에 도마뱀이 유영하듯 그려진 겨자색 바틱을 하나 집어 들고, 바지와 바꾸자고 제안을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바로 옆에 있던 다른 아주머니가 바틱 두 장을 줄 테니 자기에게 바지를 넘기라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아주머니들끼리 경쟁이 붙었다. 한순간에 선택받는 입장에서 선택하는 입장으로 상황이 바뀐 것이다. 당연히 나는 ‘가장 좋은 조건’으로 거래를 했다. 장에 내놓은 물건 중에서 가장 인기가 없었던 건 색연필과 엽서였다. 하다하다 나중엔 다른 물건에 덤으로 얹어줄 수밖에 없었다. 역시 아프리카에선 옷가지 같은 생활용품이 최고였다. 특히나 짐바브웨는 물가상승률이 1000%에 달하는 세계 최고의 인플레 국가. 사람들은 생활용품에 목말라있었다. 아! 옛날이여~ 짐바브웨도 한때는 아프리카에서 남부럽지 않은 경제력을 자랑하는 나라였단다. 하지만 2000년 로버트 무가베 정권이 토지개혁을 실시하면서부터 경제가 급속도로 추락했다. 백인들의 농장을 몰수해 흑인들에게 재분배한다는 청사진은 그럴듯해 보였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았다. 토지개혁에 반발한 영연방 국가들이 짐바브웨에 경제 제재를 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짐바브웨는 어디에 가도 없는 것, 부족한 것 투성이다. 오죽하면 주유소에 기름이 다 없을까. 짐바브웨의 역사와 고통을 알고 나니 시장에서 재미로 흥정을 벌인 게 미안했다. ‘살기 위해’ 장에 나온 사람들에게 너무 야박하게 굴지 않았나 후회도 됐다. 다시 빅토리아 폭포에 올 기회가 생긴다면 푸짐한 가방에 티셔츠를 잔뜩 넣어 와야지 다짐을 하며, 다음 목적지로 발길을 옮겼다. [tip] 쇼핑 노하우 1·2·3 1.짐바브웨 쇼핑의 출발은 환전이다. 짐바브웨 달러(ZWD)의 환율은 길거리와 은행이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무턱대고 은행에 가지 말 것. 한 가지 더. 환율이 매일 바뀌기 때문에 한꺼번에 돈을 많이 바꿔놓으면 손해볼 수도 있다. 물물교환을 원한다면, 1달러짜리를 많이 준비하자. 바꿀 물건에 1~2달러 잔돈을 얹어주면 좀 더 쉽게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다. 2.짐바브웨 사람들은 예술적인 기질이 넘친다. 특히 돌에도 영혼이 있다는 믿음을 가진 쇼나족의 돌 조각상, 찬란한 색의 은데벨레족 물건들을 눈여겨 볼 것. 크래프트 마켓 주변엔 유명 작가의 작품을 파는 갤러리와 앤틱 가게가 모여 있다. 여유를 갖고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다. 3.구입한 기념품이 너무 크거나 많아 운반이 힘들다면 페덱스나 UPS를 이용하면 된다. 큰 조각품을 사는 유럽 사람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시장 바로 옆에 해외 배송 업체가 대기 중이다. ■여행정보=인천에서 직접 가는 항공편은 없다. 일단 홍콩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까지 가야 한다. 비행시간은 약 18시간. 요하네스버그에서 빅토리아 폭포까지 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비행기가 가장 일반적이지만,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로보스(www.rovos.co.za)나 블루트레인(www.bluetrain.co.za) 같은 호화 열차를 타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단, 빅토리아 폭포까지 가는 열차는 매일 없기 때문에 미리 날짜를 맞춰 예약을 하고 가야 한다. |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조의 배다리(舟橋) 프로젝트 (0) | 2007.11.28 |
---|---|
10월, 어느분의 유럽 여행기 (0) | 2007.11.17 |
김주하 부부와 상해 여행기 (0) | 2007.09.14 |
인도 (0) | 2007.09.12 |
호주 - 시드니 & 멜버른 (0) | 2007.09.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