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호텔- 에티켓

굿멘 2007. 3. 7. 10:49



에티켓이란 무엇인가? 바로‘타인에 대한 배려’일 것이다. 호텔에서 다른 손님은 물론 호텔리어들의 마음마저 상하게 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호텔리어 7년 차인 모 특급호텔 직원은“요즘 손님들 중엔 호텔을‘돈 주고 서비스를 사는 곳’으로만 아는 분들이 많다”고 말한다. 손님들에게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곳이 호텔이니 언뜻 생각하면 이 직원의 반응이 너무 민감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자초지종을 들어보면 이 역시 남을 배려하는 마음, 즉 에티켓의 문제다. 호텔리어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에티켓과 동떨어진 손님의 유형을 통해 꼭 필요한 기본 에티켓을 소개한다.


토요일 오후, 호텔 레스토랑에 30대 후반의 한 부부와 6살 남짓한 사내 아이가 외식을 왔다. 한눈에도 부부는 부유하고 교육 수준도 높아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아이. 테이블 앞에 앉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나와 소리를 지르며 화장실부터 주방까지 내달린다.

‘손님’이 아니라 ‘손님들’이 왕!

느긋하게 저녁 식사를 즐기던 주위 손님들이 힐끗힐끗 쳐다보며 눈살을 찌푸린다. 레스토랑 직원은 아이와 부딪쳐 하마터면 음식을 쏟을 뻔했다. 분위기를 파악한 직원은 아이에게 사탕을 건네며 “얌전히 놀라”고 달랬다. 그런데 부부의 반응이 의외였다. “아이들이 다 그런 거지. 뭐 그런 걸로 뭐라 해요? 놀게 두세요.” 최소한 주위 손님들에게라도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상황이다.

비즈니스 센터가 시끄럽다. 어디선가 한 남자가 핸드폰을 들고 큰 소리로 통화하고 있다. 칸막이가 설치돼 있지만 무슨 내용인지 옆 사람이 다 알 수 있을 정도다. 도심에 있는 비즈니스 호텔들에서 으레 벌어지는 풍경이다.

분명 직원들은 그에게 다가가서 다른 손님들을 위해 조금 조용히 통화해 달라고 하거나 통화하기 좋은 장소를 안내해 줄 것이다. 그 손님은 아무래도 유쾌할 리가 없다. 직원에게 화를 내는 손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 손님은 미리 장소를 살펴가며 통화를 했어야 했다.

컴플레인만이 능사가 아니다

위의 두 사례에 등장하는 손님들은 나 이외의 다른 손님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 ‘손님은 왕’이면 호텔을 찾은 ‘모든 손님들도 왕’인 것이다.

모든 특급 호텔들은 컴플레인(Complaint) 제도를 운영한다. 이는 직원의 미흡한 서비스나 낙후된 시설로 불편함을 느꼈을 경우 손님이 직접 호텔에 알려 개선토록 하는 제도다. 호텔리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바로 이 컴플레인 제도인데, 그 이유는 다음 두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먼저, 서비스와 관련해 컴플레인을 받는다는 것은 무척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사고과에도 반영되지만 그보다는 역시 최고의 서비스를 지향하는 호텔리어로서 부끄러운 일.

하지만 손님 입장에선 꼭 필요한 경우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주는 것도 해야 할 일이다. 내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다른 손님들도 같을 것이다. 지적한 것들이 개선돼야 이후 손님들은 더 좋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고, 호텔 입장에서도 같은 사안으로 손님의 질책을 받는 경우가 없어질 것이다.

이런 경우라면 호텔리어들은 아무리 자존심 상하는 일일지라도 손님의 목소리를 고마운 마음으로 경청할 것이다. 정당한 컴플레인은 호텔리어들에겐 러브레터나 다름없다.

둘째, 호텔리어들은 너무 주관적인 판단으로 컴플레인을 남발하거나 이를 악용하는 손님들을 무서워한다. 여주인공이 호텔리어였던 한 영화의 마지막 부분이 떠오른다. 여주인공은 늘 불평만 늘어놓는 단골 손님에게 통쾌하게 반격을 가하고는 휙 뒤돌아서 호텔 문을 나선다. 물론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런 경우를 많이 당하는 호텔리어들이라면 쾌재를 불렀을 대목이다.

손님으로서 호텔에서 지켜야 할 에티켓은 손님들 사이에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최고의 손님은 호텔과 그 직원들까지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몇 년 전 중국의 한 호텔에서 투숙객이 객실 냉장고를 훔치려다 잡힌 적이 있다. 이 외신 기사를 접한 사람들은 대부분 피씩 웃고 말았을 것이다. 아마 호텔에서 물건을 훔쳤다는 사실보다 냉장고처럼 부피가 큰 물건을 가져가려 했던 어설픈 도둑의 행동이 일견 황당하게 느껴졌기 때문일 게다.

소모품, 비품, 복식 규정 숙지를

하지만 호텔리어들은 꽤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적지 않은 손님들이 객실에 비치된 타월이나 가운 등 호텔 비품들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비품들은 손님이 돈 주고 산 물건들이 아니라, 돈 주고 빌려 쓰는 물건들이다.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빗이나 비누, 샤워 캡 등은 소모품이므로 가져가도 무방하나 비품은 안 된다. 한 호텔에서는 손님들이 가져가는 비품 비용으로 한 달에 5천만 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기도 한다.

또 국내 호텔에서는 드물지만 해외 여행 시 종종 눈에 띄는 게 객실이 아닌 호텔 내부를 슬리퍼 차림으로 다니는 동양인 손님들이다. 자유를 만끽하고 싶어서인지 해외만 나가면 용감해지는 유형이다.

호텔에서 지켜야 할 기본 에티켓이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바로 타인이나 자신, 아니면 호텔과 그 직원들에게 소소한 마음 씀씀이만 있다면 세계 어떤 호텔에 가더라도 최고의 손님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

<정재영 / 세계일보 문화부 기자>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수, 오동도....  (0) 2007.03.08
여행중 언어가 약하면 한국인을 찾자 !!  (0) 2007.03.07
프랑스 건축가 보방  (0) 2007.02.27
France 박물관에 매장이 있다 !  (0) 2007.02.27
1920년, 동대문 모습  (0) 2007.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