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뉴질랜드( 넬슨 도시) - 백승주 아나운서

굿멘 2007. 7. 27. 09:20
[ART & LIFE IN NELSON]백승주 KBS 아나운서
질투심으로 배운 느리게 사는 미학
한국인은 느림을 잘견디지 못한다. 짧은 시간에 모든것을 효율적으로 척척 처리하고 다음 일거리를 찾는다. 방송일도 마찬가지다. 늦장이나 여유가 허용되는 직업이 아니다. 그래서 뉴질랜드의 여유를동경해 마지않던 그녀는<도베>와 함께 넬슨 여행길에 올랐다. 여유를 만끽하며 사는것이 일종의 기술이라면, 넬슨 사람들은 모두 장인들이다. 그들에게 한수를 배웠다.

넬슨이라는 도시의 분위기는 첫날 묵었던 로지에 축약되어 있었다. 서니뱅크 홈스테드 Sunnybank Homested는 오래된 저택을 개조한 곳이었는데, 로지가 마치 하나의 갤러리 같았다. 그녀가 머물렀던 침실의 머리맡에는 여주인 마거릿이 직접 그렸다는,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인의 뒷모습이 매우 고혹적인 유화가 걸려 있었는데, 이것이 아트 도시 넬슨의 첫인상이었다.

넬슨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무엇인가를 창작하는 일에 골몰해 있다는 것은 작은 상점이나 레스토랑에서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저마다 개성이 있는 비누, 양초, 인형, 액자 등의 소품에서는 전혀 공장 냄새가 나지 않았다. 또 온 가족이 모여서 7대째 맥주를 만드는 양조장과 3대째 가족들이 경영하는 레스토랑에 들르면서 그녀는 가족을 최우선으로 하는 뉴질랜드 사람들의 삶에 감탄하기도 했다. 부모님과 떨어져 산다는 그녀는 해가 지면 모두 가정으로 돌아가고 일요일 오전에는 브런치를 함께 즐기는 넬슨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질투가 나고 시기심이 들 정도로 부러워했다“. 정작 이곳 사람들은 느림의 미학에 대해 생각지도 않을 거예요. 우리 입장에서 보기에 느린 거겠죠‘. 100퍼센트 퓨어 뉴질랜드’라는 슬로건이 정말 잘 어울리는 넬슨에는 그들만의 삶의 지혜가 있는 것 같아요.”넬슨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느낌, 넬슨을 접한 한국인들의 공통된 감상이다.

무척이나 활동적인 백승주 씨는 넬슨에서 여러 가지 야외 액티비티를 접할 기회를 가졌다. 가장 뉴질랜드 다운 풍경은 넬슨 외곽에서 승마 트레킹을 하면서 본 소 떼였던 것 같다. 그렇게 많은 소 떼가 넓은 초원에서 한가롭게 거니는 모습을 보면서‘이게 바로 뉴질랜드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리프트의 일종인 스카이와이어에 몸을 싣고 넬슨의 자연 속으로 마음껏 몸을 던지면서도 그랬고, 세계적으로 희귀한 천연 방조제인 볼더 뱅크를 향해 세일링을 하면서도 뉴질랜드에서 손꼽히게 아름다운 넬슨의 자연을 실감했다. WOW 뮤지엄에서는‘월드 오브 웨어러블아트 어워즈’의 대상작으로 선정된 한국 한지 공예가 신지은 씨의 작품을 직접 입어볼 기회가 있었다.

평소 패션과 스타일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멋진 작품과 아이디어 하나하나에 감탄했다. 사실 대상 작품을 꺼내서 입게 해주는 일은 흔치 않은데, 그만큼 백승주 아나운서의 방문이 작은 도시 넬슨에서 화제가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람들과 어울려 먹고, 마시고,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막내딸 같은 아가씨는(실제로 막내딸이다) 여행길에서 더 순수해지고 발랄해졌는데, 그 며칠 동안 넬슨 사람들도 덩달아 얼굴이 활짝 폈었다. 한 번이면 족한 스카이와이어를 세 번씩이나 탈 수 있었던 것, 승마 트레킹 농장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은 것도 다 그녀의 소탈한 성격이 끌어낸 상대방의 진심이었을 것이다. 도자기 굽는 체험을 하는 동안 도예가는 그녀에게 입구가 넓은 샐러드 볼을 만들라고 했지만 결국 그녀가 완성시킨 작품은 우리의 국그릇과 비슷했다. 결과는 다르지만 신지은 씨가 WOW의 무대에서 그랬듯 한국인 특유의 정교한 손재주만큼은 인정을 받았다.


1 여행길에도 챙겨가는 애장음악 앨범들과 이번 여행길에 구입한 소설책<스텔라스타Stella Star>,옛날에는 뉴질랜들 사람들이 편지지로 사용했다는 나뭇잎.
2 세일링보트위에 걸린 해먹에는 용감한 사람만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3, 4 넬슨의 사람들은 모두 겸손하고 다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