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몸이 속한 나라에 자연환경이나 혹은 문화적인 면에서 이채로운 색깔을 덧입히는 지역들이 있다. 몇 대목을 들어 보이면 세련된 도시국가 싱가포르에 과거로 열려진 비밀의 화원 풀라우 우빈이 있고, 축소 지향의 일본에 광대한 자연의 홋카이도가 있으며, 황토 빛 너울거리는 인도에 강렬한 원색으로 중무장한 자이푸르가 있다. 이들은 싱가포르가 아니면서 싱가포르이고, 일본이되 일본이 아니며, 인도가 품은 또 다른 인도인 것이다. 퀘벡은 캐나다의 풀라우 우빈이자 홋카이도며, 곧 자이푸르이다. 1534년 프랑스 황제의 명을 받은 자크 카르티에 경이 가스페 반도에 상륙하기 전까지 인디언과 이누이트(캐나다에 사는 에스키모)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퀘벡은 오늘날 신대륙에서 유일하게 프랑스의 언어와 문화를 지켜낸 곳으로 인정받고 있다. |
..북미 대륙의 동쪽 가장자리, 캐나다의 10개 주 가운데 가장 영토가 넓은 퀘벡 주. 이곳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캐나다의 여타 지역과 다르다. 가장 대별되는 지점은 역시 주민의 대다수가 프랑스어를 사용한다는 사실. 실제로 퀘벡 주에 들어서면 프랑스어가 자연스레 귀에 들리고 프랑스어 간판이 자주 눈에 띈다. ‘북미의 프랑스’라는 별칭은 그래서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퀘벡 주는 엄격한 금연 정책을 펴는 캐나다에서도 유난히 흡연에 관대한데, 끽연과 애연의 대명사인 프랑스인들의 피가 흐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을 정도다. 퀘벡 주민들은 문화와 예술을 중시하는 전통이 프랑스보다 더 강하다. 조금 과장하면 ‘한 집 건너 박물관’이라고 할 정도로 박물관과 전시관이 많다. 혹독한 겨울과 이웃한 미국의 획일적인 문화 광풍 속에서 퀘벡만의 전통을 지켜낸 아름다운 보고라 할 수 있다. 퀘벡은 언어뿐만 아니라 도시의 풍경에서도 유럽의 느낌이 물씬 난다. 퀘벡에서도 주도인 퀘벡시티, 그 중에서도 올드 퀘벡이 특히 그러하다. 퀘벡시티는 세인트로렌스 강과 로렌시아 산맥 사이에 펼쳐져 |
| 있는데, 오래 전부터 거주하고 있던 원주민과 프랑스 및 영국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각자의 문화를 발전시켜 나가면서 이른바 모자이크 문화를 형성했다. 퀘벡시티를 흐르는 로렌스 강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여서 과거 영국과 프랑스는 퀘벡을 사이에 두고 많은 전투를 벌였다. 1690년부터 프랑스령이었으나 1759년 프랑스군이 영국군에게 패해 퀘벡은 결국 영국의 지배하에 들어가게 된다. 이후에도 퀘벡에 대한 다른 나라의 침략이 끊이지 않아 성벽 건설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영국군이 꾸준히 성벽을 쌓으면서 퀘벡은 북미 대륙에서 유일하게 성으로 둘러싸인 도시가 되었고, 오늘날 도시의 가장 큰 특징으로 자리를 잡았다. 현재 이 성벽은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성벽 너머로 나 있는 휘뚤휘뚤한 골목을 따라 성당과 저택, 그리고 아기자기한 파스텔 톤의 건물들이 만들어내는 전경은 중세 프랑스의 어느 도시를 연상시킨다.

..유서 깊은 도시나 작은 규모의 도시를 여행하는 방법이 그렇듯이 올드 퀘벡을 제대로 느끼려면 역시 걷는 것이 윗길이다. 출발은 샤토 프롱트낙(Chateau Frontenac) 호텔 앞의 다름 광장. 관광 안내소가 있어 여행의 출발점으로 제격이며, 호텔을 중심으로 볼거리와 음식점, 그리고 각종 상점들이 담상담상 모여 있어 편리하다. 그저 같은 길로만 가지 않도록 주의하고 차분히 걷기만 하면 골목에 안온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다름 광장 한편에 서 있는 사무엘 드 샹플랭의 동상은 퀘벡시티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주의 깊게 봐야 할 인물. 도시의 기초를 다진 장본인이다. 다름 광장 인근의 트레조르는 ‘거리의 화랑’으로 불릴 만큼 예술적 향훈이 진동하는 구역이다. 올드 퀘벡 최고의 명소는 두말할 것 없이 샤토 프롱트낙이다. 청동 지붕과 붉은 벽돌로 지어진 중세 프랑스풍의 호텔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과 영국의 처칠 수상이 회담을 가진 곳으로도 유명하다. 퀘벡 지역 홍보 사진의 9할 이상이 이 호텔의 모습을 담고 있을 정도니 그 상징성을 가히 짐작할 만하다. 호텔은 아예 관광객들을 위한 투어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구석구석 돌아다니다 보면 2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곳을 거쳐 간 수많은 유명 인사들과 그들이 남긴 다양한 에피소드에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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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연인이 함께 중앙 계단을 내려오면 절대로 헤어지지 않으며 언젠가 다시 이 호텔을 찾게 된다는 대목은 분명 고객 유치를 위한 호텔의 전략적 방편이겠지만, 고즈넉한 아름다움에 마음을 뺏기는 것만은 어쩔 수가 없다. 웅장한 건물 외관이나 화려한 로비에 비하면 객실은 작고 어두운 편이라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호텔이 여전히 최고로 평가받는 이유는 역시 역사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어를 마치면 호텔 옆문에서 이어지는, 나무로 만든 넓은 테라스를 걸어 보아야 한다. | 오래된 나뭇결에 묻은 세월이 정겹게 다가오며, 로렌스 강과 로어 타운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퀘벡 주의 도시 가운데 으뜸과 버금은 퀘벡시티와 몬트리올인데, 그 사이에 위치한 이스턴 타운십(Estern Township)도 들러볼 만하다. 퀘벡시티 못지 않은 낭만과 서정이 그곳에 있다. 퀘벡 주에서도 가장 비옥한 땅으로 처처에 깔린 푸른 초지와 사람의 손으로 공들여 세워졌음이 분명한 앙증맞은 집들이 장장한 풍경을 이룬다. 빅토리아풍의 건물들이 늘어선 노울턴의 거리는 특히 새뜻하고 아름다워 오래도록 들여다보게 된다. 이스턴 타운십에서 가장 번화한 유럽풍 도시인 셔브룩을 지나 와이너리 지역으로 가자, 퀘벡 주 전체에 산재한 54개의 와이너리 중 12개가 이곳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포도밭 루트’를 형성하고 있다. 당연히 와이너리 투어가 가능한데, 달콤한 아이스 와인을 맛볼 수 있는 것이 제일 가는 기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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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규모나 대외적인 인지도를 감안하면 퀘벡의 주도인 퀘벡시티보다 몬트리올(Montreal)이 더욱 유명하다. 우리에게 재즈 페스티벌로 익숙한 이곳은 매년 200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이른바 메가 데스티네이션이다. 구시가를 중심으로 한 중세적인 분위기와 초고층 빌딩들로 이뤄진 신시가지가 절묘한 조화를 보여 준다. 몬트리올에도 옛 건물들이 많이 남아 있다. 그중 가장 이름난 곳은 노트르담 성당. 네오고딕 양식의 화려함이 돋보이는 곳으로 높은 천장과 경건함이 흐르는 제단, 섬세한 창문과 화려한 장식이 어우러진 내부 역시 눈부시다. 성당 내부의 구성은 1874년부터 6년에 걸쳐 이뤄졌으니 대역사라 이를 만하다. 몬트리올은 전체 길이가 30킬로미터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긴 실내 공간을 갖고 있는 것으로도 이목을 끈다. 전철역이나 기차역 부근 지하 1층에 대부분 상점들로 나열된 것이 우리네 지하상가라면 몬트리올의 그것은 하나의 도시를 옮겨 놓은 듯하다. 보행자를 위한 널찍한 통로가 있는 것은 물론이고 그 주변을 레스토랑, 카페, 상가 들이 가득 채우고 있다. 여러 개의 호텔이 지하 통로를 통해 연결되고 쇼핑센터와 사무실, 영화관도 함께 자리한다. 인파가 몰리는 다운타운에서는 실내 도로를 통해 지상에서보다 빨리 이동할 수 있으며,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점 또한 매력이다.

..지하철역의 건축양식을 감상하는 것도 흥미롭다. 예술적인 벽화나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어 마치 대형 아트 갤러리를 방문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역마다 스타일과 분위기가 달리 설계되어 65개의 전철역을 일일이 둘러보고 싶을 정도다. 퀘벡시티와 몬트리올에서 유럽의 향취에 흠뻑 젖었다면, 이제는 사계절 리조트로 명성이 자자한 몽 트랑블랑(Mont Tremblant)에서 몸이 즐거울 차례다. 일반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북미의 스키 리조트는 밴쿠버의 휘슬러. 그러나 북미 동부 지역에서 제일 유명한 스키 리조트는 단연 몽 트랑블랑의 몫이다. 매년 겨울이 되면 토론토 시민들이 스키를 타러 장장 10시간 가까이 차를 몰거나 버스를 대절해 이곳을 찾을 정도다. 물론 스키만 타는 것은 아니다. 골프, 경비행기 투어, 야생동물 관찰, 하이킹 등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가을철 단풍 또한 보는 이의 숨을 멎게 한다. 또 여름철이면 둘레가 14킬로미터에 달하는 트랑블랑 호수에서 다양한 수상 스포츠를 경험할 수 있으며, 각종 축제와 이벤트가 한여름 밤을 수놓는다. 페어몬트 호텔이나 웨스틴 리조트와 같은 고급 호텔 내부와 부티크를 구경하는 것 또한 쏠쏠한 재미를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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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퀘벡까지의 직항 편은 아직 없다. 에어캐나다나 대한항공을 타고 밴쿠버에 도착한 다음, 퀘벡시티나 몬트리올로 향하는 비행 편을 이용하면 된다. 대한항공의 토론토 직항 편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메이플 로드 온타리오 주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시작, 퀘벡 주에 이르는 400킬로미터의 단풍 길을 말한다.엄청난 길이도 놀랍지만 캐나다의 과거와 오늘을 상징하는 수많은 관광 명소를 둘러보는 기회를 제공해 더욱 반갑다. 인상파 화가의 그림 같은 단풍의 정취를 감상하는 것은 기본이다. |
윈터 카니발 퀘벡의 겨울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바로 윈터 카니발. 보통 1월 말부터 17일 간 열린다. 퀘벡시티의 구시가지 전체가 윈터 카니발을 위한 행사장으로 변한다. 특히 생루이 성문 앞의 얼음 궁전과 눈 조각 전시장, 아르라함 평원(전투 기념 공원)에 마련된 눈과 얼음 놀이 공원 등은 축제 기간 내내 북새통을 이룬다. 스노 배스, 스노 래프팅, 개썰매, 빙판 미니 골프 등 다양한 이벤트가 곁들여진다.